이집트의 헌법 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민주적 조항이 다수 포함되는 대신 군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이슬람 근본주의를 약화시키는 내용도 있어 개정안에 대한 대규모 저항도 예상된다.

현지 일간 데일리뉴스 이집트는 30일 이집트 개헌위원회가 새로운 헌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최종 승인 투표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초안의 247개 조항이 모두 개헌위에서 승인 받으면, 대통령이 정하는 날짜에 개정안 승인 찬반 국민투표가 이뤄진다. 

이번 개정안에는 여성 인권과 양성 평등, 농민·노동자 권리 등에 대한 민주적인 조항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아므르 모우사 개헌위 의장(77)은 “이번 헌법의 이름은 ‘사회 정의’가 될 것이다”고 자평했다. AP통신은 “이번 이집트 헌법 개정은 7월 무함마드 무르시 정권이 물러난 이후 이집트가 민주화의 길로 들어서는 중대 사건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개헌위의 설명과 달리 민주주의와 역행하는 듯한 조항들도 눈에 띈다. 일반인이 군사 재판에 회부될 수도 있고, 최고 군사 위원회에 8년 임기 국방장관 임명권이 주어지는 등 군의 권한이 강화된다. 지난 7월 초 군부 쿠데타 이전까지 정권을 잡았던 무슬림형제단의 공식적 정치 활동도 어려워진다. 종교 기반의 정당 창설도 개정안에 따르면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 적용을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헌법 219조도 이번 개정안에서 삭제됐다.

이 때문에 이슬람 근본주의자들과 무르시 전 대통령(62) 지지자들의 저항이 예상된다. 무르시가 군부에 의해 물러난 이후로 현 임시정권은 무슬림형제단을 폭력 및 테러단체로 규정하며 압박했고, 무르시 지지자 수천명을 체포했다. 이번 헌법 개정도 무르시 정권 당시 통과된 기존 헌법이 군부에 의해 효력 정지되면서 이뤄지게 된 것이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부총리(59)는 군부 수장 시절 개헌위를 발족시켜 오는 3일까지 새 헌법 초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