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공정위 “소비자 피해 추산 어려워”

국내 주요 면세점 사업자들이 국산 면세물품의 달러화 적용 환율을 담합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그러나 공정위는 환율 담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추산하기 어렵다며 과징금을 물리지 않아 봐주기식 처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DF글로벌, 롯데DF리테일, 호텔신라, 동화면세점, SK네트웍스(워커힐면세점), 한국관광공사 등 8개 면세점 사업자들이 상품에 적용하는 달러화 환율을 사전에 담합한 사실을 확인해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면세점은 국산 상품 판매가격을 표시할 때 달러화로 표시해야 한다. 이때 면세점이 적용하는 환율은 실제 시장환율과 차이가 있다. 시장환율보다 적용환율이 낮으면 면세점이 이익을 본다. 예컨대 시장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이라면 국내 가격이 10만원인 상품은 100달러에 판매돼야 한다. 반면 면세점이 1달러당 900원의 환율을 적용하면 10만원인 상품 가격은 111달러로 표시되며, 면세점은 11달러의 이익을 보게 된다.

적용환율은 면세점마다 별도로 정해 소비자들이 이를 선택하고 면세점끼리 경쟁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적발된 면세점 사업자들은 2007년 1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전화 연락 등을 통해 14회에 걸쳐 적용환율과 적용 시기를 함께 정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총 63개월의 담합기간 중 38개월 동안 적용환율을 시장환율보다 낮게 잡아 이득을 취했다.

다만 공정위는 시정명령 외의 과징금 등 부과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 금액을 정확히 산출하기 어려워 과징금을 매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적발된 면세점 업체들은 63개월 중 25개월은 적용환율이 실제 환율보다 높아 손해를 봤으며, 할인행사와 쿠폰 등을 통해 실제 판매금액은 적용환율에 따른 표시가격보다 낮았다고 소명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무리한 조사를 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한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적용환율이 각기 다르면 소비자들이 불편과 혼란을 겪을 우려가 있다”며 “이득을 취하려 했으면 제품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반면 담합 사실이 명백한데도 공정위가 봐주기식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승민·이성희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