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②구조조정 재원 어떻게

정부는 지난 22일 재정전략회의에서 스웨덴을 구조조정과 성장을 동시에 달성한 사례로, 일본을 실패 사례로 꼽았다. 정부는 스웨덴이 일하는 복지와 연금개혁 등에 힘입어 성장과 재정안정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소개했다. 스웨덴의 복지 삭감을 통한 재정지출 축소가 성장과 재정안정의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증세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웨덴 모델’은 세금부담이 높은 ‘고부담-고복지’ 모델이라는 점과 복지와 연금개혁에도 불구하고 복지지출 규모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점을 정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13년 스웨덴의 국민부담률(세금에 국민·공무원연금 등 사회보장기여금을 합한 액수를 국내총생산액으로 나눈 것)은 42.9%에 달해 구조조정 전인 1993년(44.4%)과 거의 변화가 없다.이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예산 규모는 63.5%(1995년)에서 52.4%로 줄었고 GDP 대비 복지지출은 35.5%에서 28.2%로 축소됐지만 일본에 비해서는 여전히 규모가 크다 

반면 국민부담률이 1993년 26.8%에 불과한 일본은 20년이 지난 2013년에도 30.3% 수준에 그쳤다. 증세를 하지 않아 ‘돈주머니’가 커지지 않았는데도 지출은 대폭 늘렸다. GDP 대비 재정지출은 1990년 31.0%에서 2013년 42.5%로 커졌고 고령화로 복지지출은 GDP 대비 12.6%에서 2011년 23.1%로 2배가량 늘어났다. 오건호 공동위원장은 “스웨덴 국민이 높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음을 정부가 쏙 빼고 지출 삭감만 거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돈주머니가 일본보다 더 작다. 국민부담률은 24.3%(2013년 기준)로 1990년대 초반 일본 수준이다. 만약 한국이 일본 수준으로 국민부담률을 높이면 연간 150조원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올해 복지·보건·고용예산 전체(123조원)보다 많은 액수다.

이 정도 재원이라면 당장 실업급여부터 선진국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 한국 노동자가 실직한 뒤 두 달째의 소득대체율은 43%로 OECD 평균(69%)에 비해 무려 26%포인트가 낮다. 월 300만원을 받던 노동자가 실직할 경우 한국은 129만원을 받지만 OECD는 207만원을 받는다는 의미다. 수급기간도 한국은 최장 8개월이지만 유럽 주요국은 2년이다. 이 정도면 일자리를 잃은 가장들이 차분히 다음 일자리를 찾을 여유가 확보된다. 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은 10.4%로 OECD 28개국 중 가장 적다. OECD 평균(21.6%)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한국은 아직 제대로 된 사회복지를 해본 적이 없는 나라”라면서 “국민부담률이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증세로 재원을 마련해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당선 이후 국정과제를 통해 “세입 확충의 폭과 방법에 대해서는 ‘국민대타협위원회’를 통해 국민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유야무야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성역으로 굳어졌고, 정부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증세 논의는 ‘봉인’돼왔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증세를 통한 ‘중부담-중복지’를 논의하기 위해 여야 합의기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가 끝내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증세 가능한 세목으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을 꼽는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 김유찬 홍익대 교수, 황성현 인천대 교수는 “소득세 비중이 커진 만큼 법인세율을 먼저 올려야 소득세를 올릴 명분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홍기용 인천대 교수,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고소득자의 최고세율과 저소득자의 면세점을 동시에 높이는 방식으로 소득세를 인상하는 게 맞다”며 “법인세는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와 국제기구는 부가가치세 증세를 찬성하고 있다.

증세와 함께 탈루소득 징수, 비과세·감면 축소, 지출 구조조정도 이뤄져야 한다. 증세로 걷은 세금은 ‘특별회계’에 넣어 복지용으로만 사용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있다. 특별회계가 아동지원, 기초연금, 저임금 노동자 사회보험료,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쓰인다고 하면 ‘엉뚱한 데 쓰이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는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박병률·윤승민·조형국 기자 mypark@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