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흑인 사회의 반발에 부딪혔다. 흑인들의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인사들을 미국 연방 판사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들은 지난 23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에베네저침례교회에서 오바마의 최근 미국 연방 판사 임명에 대한 성토 집회가 열렸다고 전했다.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시무했던 교회에서 열린 이 집회엔 흑인 민권운동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자유의 메달’을 수상한 조지프 라워리 목사, C T 비비안 목사 등이 참석했다. 1950~1960년대 흑인 민권운동가 출신 조 루이스 조지아주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도 참여해 집회의 상징성이 컸다.

이들이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지난 19일 오바마의 미국 연방 판사 지명이다. 인사 발표가 이뤄진 8명 가운데 북부 조지아 연방지방법원 판사로 내정된 마이클 보그스와 마크 코언이 흑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보그스는 2001년 조지아주 상원의원 시절 조지아주 깃발에 남부군 문양을 삭제하자는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코언은 소수인종의 선거권을 제한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조지아주의 투표자등록법 개정을 앞장서서 반대한 변호사다.

집회 참가자들은 연방 판사들이 민권운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루이스 의원은 “비밀리에 이뤄진 결정에서 정의를 찾아볼 수 없다”며 “이 결정을 뒤집기엔 아직 늦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CNN은 대통령이 연방 판사 지명을 철회한 경우가 드물어 후보 지명이 철회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USA투데이는 조지아주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들이 이번 인사에 개입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행정부 때 사법부 흑인 인사 비율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집권 때보다 높았다는 통계를 제시하며 “(지명자들은) 연방 판사가 될 훌륭한 자질을 갖췄다”고 밝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