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호랑이’에 중국 농부가 눈물 흘린 까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때문에 중국 농부가 난처해졌다. 푸틴이 2년전 자연에 방사한 시베리아 호랑이가 중국 염소 농장에 침입해 염소 15마리를 물어죽였기 때문이다.

신화통신은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黑龍江)성 푸위안(撫遠)현 헤이샤지섬의 한 염소농장에 호랑이가 이틀 밤 동안 들이닥쳐 염소 15마리가 죽고 3마리가 실종됐다고 26일 보도했다. 동물 전문가들은 현장에 남은 발자국 등을 미뤄볼 때 농장에 침입한 호랑이는 푸틴이 방사한 호랑이 ‘우스틴’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총리로 재임하던 2008년 8월31일 시베리아 우수리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마취총으로 직접 제압한 야생 호랑이의 목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부착하고 있다. _ 경향신문 자료사진

우스틴이 농장을 처음 찾은 것은 23일 밤이었다. 농장주인 궈유린은 당시 이웃집 개가 짖는 소리를 듣긴 했지만, 집밖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진 못했다고 신화통신에 말했다. 그러나 이튿날 아침에 농장에는 염소 2마리가 죽어있었고, 3마리는 자취를 감췄다.

주인은 염소 우리를 고쳤고, 이날 밤에 아무런 소리를 듣지 못한 채 잠에 들었다. 그러나 25일 아침에 일어난 주인은 호랑이가 염소 12마리를 죽여 농장 사방에 흩뜨려 놓은 것을 보고 말았다.

러시아의 동물 전문가들은 2012년 새끼 시베리아호랑이 5마리를 구조했고, 푸틴은 이 중 3마리를 그해 여름 방사했다. 호랑이에는 위치 추적 장치가 설치됐는데, 지난달 쿠쟈와 우스틴이라는 호랑이가 중국 영토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 전문가들은 우스틴이 새로 만든 염소 우리 틈새를 발견해 침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염소 우리 지붕까지 넘나든 흔적 등을 미뤄볼 때 우스틴의 상태는 건강해 보인다고 동북임업대 야생동물 전문가 주시빙은 말했다. 그러나 농장 주인은 호랑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지역 삼림청은 농장 주인에게 염소 18마리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추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농장 위치를 이전하라고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