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아베, 중국이 무역항 투자해온 방글라·스리랑카 방문
ㆍ인도에도 대형 원조 쏟아내며 중 견제 위한 협력 목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지난 1일,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가 오는 6~8일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를 차례로 방문한다고 밝혔다. 일본 총리의 방글라데시 방문은 14년 만이며, 스리랑카는 24년 만이다. 정부는 이번 방문의 목표가 방글라데시·스리랑카와의 관계를 포괄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이 인도에 이어 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을 연달아 여는 큰 이유는 중국 견제라고 아사히신문 등은 분석했다.
일본은 이번 방문에서 상대국에 대규모의 투자를 약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방글라데시에 향후 4~5년간 항만 등 인프라 정비를 위해 6000억엔(약 5조8300억원)을 지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지원 규모는 연평균 1000억엔을 지원받는 베트남, 미얀마와 같은 수준이다. 스리랑카에는 해양 순시선 등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모디와의 정상회담에서 공적개발원조(ODA)를 포함해 향후 5년간 3조5000억엔(약 34조원)을 지원하고 인도 내 일본 기업 수를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이같이 대규모 지원을 하는 나라들은 중국이 무역항 건설을 위해 투자를 했던 곳이다. 중국은 지난해 방글라데시 무역도시 치타공의 항구 운영권을 인수했으며, 스리랑카의 콜롬보·함반토타의 무역항은 대부분 중국의 원조로 건설됐다. 이 항구들에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을 연결하면 인도반도를 둘러싼 ‘진주 목걸이’ 모양의 항로가 만들어진다. 여기에는 주변 거점 항구를 장악해 인도양 패권을 차지하려는 중국의 계산이 깔려 있다. 이른바 ‘진주 목걸이 전략’이다.
최근 들어 일본은 인도양 영향력에서 중국에 밀렸다. 2010년대 중국이 공격적인 지원을 하는 동안 재정 문제 때문에 남아시아 원조를 늘리지 못했다. 같은 시기 국내 경제성장에 주력한 인도도 중국에 의한 해상 고립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인도와 손잡고 인도양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
양국의 전략적 합의는 1일 정상회담 후 윤곽을 드러냈다. NHK는 모디가 회담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함으로써 일본이 인도양 석유 수입 해상 교통로인 ‘시 레인(sea lane)’을 방어할 길을 열어줬다고 전했다. 또 인도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합동 해상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양국 간 외교·국방장관급(2+2) 대화 개최 논의가 미뤄지는 등 인도가 적극적인 협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아사히신문 등은 전했다.
아베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이달 중순 파키스탄·인도·스리랑카를 방문한다. 시 주석은 중국~파키스탄 간 철도 건설 및 인프라 투자 등을 논의하며 남아시아 지역 영향력 강화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큰 인도 입장에서도 당장 중국과 맞서기보다는 투자자금 확보 등 실리를 얻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일본의 중국 견제 구상은 일본이 주도하는 것”이라며 “인도 등 주변국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일본과 결정을 달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파키스탄·스리랑카·방글라데시 등 인도양 주변 국가에 대규모 항만을 건설하려는 전략을 가리킨다. 전략 거점을 연결하면 진주 목걸이와 모양이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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