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 지 석 달도 되지 않은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국제무대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브라질을 방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들과 회동한 데 이어 일본·미국·중국 정상을 잇달아 만난다. ‘실리주의’를 내건 인도 새 정부의 외교행보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방일, 무기 수입·미국 호주 함께 ‘안보 연합’ 논의
모디의 첫 방문지는 일본이다. 모디는 오는 31일 도쿄(東京)를 방문, 이튿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모디는 구자라트 주총리 시절부터 아베와 긴밀한 관계였다. 총리가 된 뒤 가장 먼저 통화한 외국 정상도 아베였다. 아베 정부는 성대한 모디 환영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모디의 이번 방일로 두 나라 관계가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일본이 생산한 US2 정찰기의 인도 수출, 인도 내 일본 원전 건립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미국·일본·인도·호주가 참여하는 4자 안보대화(QSD)를 다시 추진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대화는 아베 1기 내각 때인 2007년 시작 된 바 있다.일본은 인도를 끌어들여 중국에 맞서는 ‘연합전선’을 구축하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도 경제성장을 위해 일본의 투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도 모디의 방문을 계기로 인도와의 관계가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인도 여성 외교관의 몸수색 사건을 둘러싸고 인도와 외교 갈등을 빚었다.
뉴욕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는 모디는 다음달 3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국방·에너지·경제 협력 방안을 두루 논의한다. 존 케리 국무장관,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미 인도를 방문해 모디와 만나 협력을 다짐했다.
시진핑 주석은 내달 뉴델리 방문 미·일 공조 견제할 듯
중국도 모디 취임 후 인도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9~10일 미얀마 네피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수시마 스와라지 인도 외교장관에게 “중국과 인도가 협력한다면 세계는 균형과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인도와 손잡고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에 제동을 걸려 한다. 중국은 아시아 국가 간 교역을 늘리는 ‘신실크로드 구상’에도 인도를 참여시키려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달 중순 뉴델리를 찾아 이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모디는 각국의 구애 속에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모디는 첫 해외순방지로 히말라야의 소국인 부탄을 선택했다. 인도 IANS통신은 “일본과 중국이 각각 방문을 요청했지만 모디는 부탄을 택함으로써 분명한 의사 표시를 미뤘다”고 평했다. 외교전문지 디플로맷 등은 “다음달 순방을 통해 모디의 외교노선이 좀 더 분명한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디가 ‘편가르기’와는 거리를 두면서도 자국의 이익과 관련해서는 분명한 태도를 취해왔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많다. 지난달 모디가 자국 농민 보호를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원활화협정을 무산시킨 것이 그 예다. 재팬타임스는 모디가 특정 국가와 밀착되기보다는 실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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