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국토교통부는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서로 다른 내용의 보도 대응자료를 냈다. 자료의 주제는 “서울 용산까지 연장이 예정된 신분당선을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 신도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됐다”는 보도였다. 이날 오전 11시께 첫 보도가 나오자 국토부는 오후 3시쯤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같은 내용의 보도가 계속되자 오후 8시가 다 됐을 때쯤 “신분당선 연장 사업을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반영하겠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자료를 다시 냈다. 두 자료는 ‘보도참고자료’냐, ‘보도해명자료’냐의 차이가 있었을뿐 제목은 “신분당선 ‘동빙고~고양 삼송 연장 추진’ 보도 관련”으로 같았다. 유사한 보도 내용에 대해 상반된 대응 자료가 나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11년 7월 시험운행중인 신분당선 | 연합뉴스



보도의 진원지는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었다. 첫 보도 이후 김 의원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열린 당정 간담회에서 수도권 서북부지역 교통환경 개선을 위한 신분당선 연장사업에 대해 국토부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는 “한국교통연구원 타당성 검토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일부 노선을 공용으로 사용하면 타당성이 확보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경기 고양시 덕양을이다. 삼송 신도시가 위치한 곳이다. 김 의원이 지역구까지 ‘서울 시내로 통하는 지하철 1개 노선을 끌어왔다’는 이야기가 회자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 공교롭게도 보도자료가 나온 날은 오는 4월에 치러질 20대 총선이 정확히 3개월 남은 시점이었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의원들이 총선을 앞두고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반면 국토부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린 사회간접자본(SOC) 계획에는 신중할 수 밖에 없다. 한정된 국비로 각 지역이 원하는 모든 사업을 시행할 수 없는데, 여러 지역에서 요구한 유사한 사업이 한 곳에서만 시행된다면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례가 지난해 11월 발표된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이었다. 중부고속도 교통체증 해소가 주목적이었던 이 사업탓에 충북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오던 ‘중부고속도 확장 사업’이 후순위로 밀리게 돼 지역에서는 볼멘 소리가 컸다.

이 상황에 김 의원이 선제적으로 보도자료를 발표하자 국토부는 난감한 모양새다. 철도 사업을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할지를 확정하려면 공청회, 관계부처간 협의, 철도산업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구축 계획에 포함이 된다고 해도 당장 사업에 착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공청회도 치르지 않아 확정된 것이 없는 마당에 건설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온 것이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서기도 껄끄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 의원은 국토부 정책을 감시·비판하고 관련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다. 그래서 두루뭉술하게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기사가 점점 늘어나자 “사실이 아님”으로 대응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