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임준섭. 이석우 기자

 

31일 수원 KT전에 선발등판한 한화 임준섭(30)의 승리를 예측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임준섭은 올 시즌 전부터 선발이 아닌 불펜 자원으로 분류됐다. 한화에는 임준섭 외에 많은 선발 후보들이 있었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이닝은 1.1이닝에 불과했다. 2014년 KIA에서 선발로 뛴 적이 있지만 오래전의 일이었다. 2015년 한화 이적 후에도 선발 등판이 없었다.

31일 경기 후 만난 임준섭 역시 “한화 이적 후에도 ‘나는 선발자원’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다만 임준섭은 “그래도 ‘언젠가 (코칭스태프가) 선발로 뛰지 않겠느냐고 물어온다면 그 기회를 거절하지는 않아야겠다’는 마음은 먹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임준섭은 올해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 깜짝 호투로 승리를 따냈다. 임준섭은 KT를 상대로 6이닝 4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선발승을 따냈다. 이날 경기 전 마지막 선발승은 KIA에서 뛰던 2014년 10월11일 광주 삼성전에서 거둔 것이었다. 당시 경기는 임준섭이 올 시즌 돌입하기 전 가장 최근에 선발등판한 경기이기도 했다.

임준섭은 “한화로 이적하고, 군 복무를 마친 동안에도 선발로 뛰질 못했다”며 “‘다시 선발로 뛰어보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선발 로테이션이 불안했던 한화가 전반기를 마친 뒤 임준섭에게 선발등판을 준비시켰다.

오랜만의 등판이기에 임준섭도, 한화도 많은 이닝을 버텨주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임준섭도 “대략 70구 정도 던질 준비를 하고 마운드에 올랐다”고 했다. 1회 한 점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연타를 맞은게 아니니까 괜찮았다”며 의연하게 버텼다. 2회부터 4회까지는 매회 안타나 볼넷으로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결국 실점하지 않았고, 임준섭의 투구는 길어졌다.

임준섭은 “사실 4회부터는 힘이 조금 빠지는 것 같았다”면서도 “결과적으로 잘 막았다. 포수 (최)재훈이의 리드가 좋았다”고 말했다. 임준섭은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도 오른손 타자 기준 몸쪽으로 휘는 보기드문 속구를 갖고 있는데, 포수 최재훈이 이를 잘 잡아주면서 깜짝 승리를 품에 안았다.

임준섭이 마운드에서 6회까지 잘 버텨준 덕에 한화는 7회 5점을 내고 5-2 역전승을 거둬 8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임준섭은 “어차피 올해 처음 선발등판하는만큼, ‘팀의 연패를 끊어야겠다’는 부담은 딱히 가지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 등판 때 좋은 모습을 보여야 선발로 계속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수원|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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