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선수단이 지난달 27일 고척 KIA전에서 승리한 후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고척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팀 간판타자가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갔고, 마무리투수도 부상을 당해 한 달 가까이 뛰지 못했다. 팀 내 최다승 투수, 상위·중심타선을 함께 맡아줄 수 있는 주전급 타자도 비슷한 시기 부상으로 1군에서 빠졌고, 간판타자가 돌아온 뒤 팀 내 최다타점 타자는 어지럼증을 호소해 일주일새 단 두 타석 나오는 데 그쳤다.

키움은 이 일들을 모두 6월에 겪었다. 그 사이 키움이 기록한 승패는 18승7패, 10개 구단 중 최고 월간 승률(0.720)을 기록했다. SK-두산이 이뤘던 2강 체제에 균열이 간 사이 키움은 2위까지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작지 않은 빈 자리가 생길 때마다 기존 선수들이 더 집중하고 활약했기에 키움은 전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조상우가 오른족 어깨 후방 견갑하근 손상 부상으로 1군에서 빠진 지난 6월10일 이후, 팀 평균자책 순위를 보면 키움은 2.98로 3위다. 여기에 팀 홀드(13개)와 세이브(9개)는 모두 1위였고, 팀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1,18로 1위 SK(1.07) 다음을 낮았다.

이따금씩 임시 마무리를 맡은 경험이 있지만 지난해까지 13시즌 통산 6세이브에 그쳤던 오주원이 6월에만 8세이브를 올렸다. 실점이 없고 WHIP도 0.20에 불과하다. 한현희도 평균자책(0.96)과 WHIP(0.75) 모두 0점대를 기록하며 한단계 각성한 모습을 보였다. 김상수도 7홀드를 챙겼고, 2군에서 부진하던 이보근도 1군으로 돌아와 5경기에서 무실점해 불펜 운용에도 숨통이 트였다.

타선은 박병호가 2군으로 내려간 지난 6월6일 이후에도 위력을 잃지 않았다. 6일 이후 팀 타율은 0.300로 2위였다. 홈런(22개)와 득점(112점)도 모두 2위에 올랐다. 박병호가 부진하고 리그 타점 선두 제리 샌즈도 거의 일주일을 쉬었다. 서건창마저 지난 21일 사직 롯데전 무릎 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지만, 박동원이 6월 한달간 6홈런·20타점을 몰아치며 해결사로 떠올랐다. 박동원은 이지영과 주전 포수 자리를 나눠 맡으며 대타 및 지명타자로도 물오른 장타력을 뽐냈다.

이정후가 0.367의 고타율로 3번 타순에서의 적응을 끝냈고, 5월 부진했던 장영석도 6월 타율 0.282로 슬럼프 극복에 성공했다. 어느덧 강한 2번타자의 대명사가 된 김하성도 리그 타점(64점·4위), 득점(70점·1위) 상위에 올라있다.

팀 안팎에서는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의 경험 덕에 팀이 더욱 단단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키움은 지난해 팀 안팎의 풍파와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서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명승부를 치렀다. 장영석은 “지난해 선수들이 많이 아팠을 때도 좋은 성적을 냈다. (박)병호 형이 빠졌을 때도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좋은 성적을 내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주장이자 불펜 필승조인 김상수도 “내가 더 잘 던졌더라면 (조)상우가 무리하거나 부상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 자리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극복해보려는 태도, 그리고 실제로 극복했던 경험이 팀에게 더 좋은 결과를 안겼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