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선수들이 지난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두산에게 패하고 나서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느 종목이든 리그 상위권팀은 대개 하위권팀을 상대로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한다. 그 가운데서 하위권팀이 상위권팀에 우위를 점하는 반전을 이룰 때 리그에는 의외성이 주는 재미가 늘어난다.

2018시즌 KBO리그에는 순위와 무관한 천적관계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던 SK는 5위 KIA에 5승11패로 고전했고 7위 롯데에게도 7승9패로 밀렸다. 4위 넥센 역시 KIA와 롯데에 7승9패로 상대전적이 뒤졌던 데다 8위 LG에게는 5승11패로 심한 약세였다. 5위 KIA는 1~4위 팀을 상대로 35승29패로 선전한 반면, 가을야구에 오르지 못한 5팀을 상대로는 35승45패로 약했다. 삼성, 롯데, LG, NC 상대로 모두 상대전적이 뒤졌고, KT에게 점한 우위도 9승7패로 근소했다. 2017년에도 3위 롯데가 9위 삼성에 7승8패1무로 뒤지고, 2위 두산이 5위 SK, 7위 넥센과 나란히 동률(8승8패)을 이루기도 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는 팀당 전반기를 3경기씩 남겨두고 있는 상황에서 순위를 거스르는 천적 관계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초반부터 강팀과 약팀이 두드러지게 구분된 채 시즌이 흘러갔고, 강팀이 약팀에게 덜미를 잡히는 상황을 보기 힘들다.

15일 현재 상위권팀이 하위권팀에 상대전적에서 밀리는 경우는 두산-KT가 유일하다. 2위 두산이 6위 KT에 4승5패로 뒤처져 있다. 수원에서 치른 6경기에서 1승5패로 고전한 탓이 컸다. 그러나 올 시즌 잠실에서 LG·두산을 상대로 9패를 당하며 유독 힘을 못쓴 KT가 16~18일 3연전을 비롯해 잠실에서 두산 상대 총 5경기를 앞두고 있어 상대전적을 단정짓기 힘들다.

그나마 SK가 KIA와 4승4패1무로 동률을 이루고 있는게 하위권팀이 상위권팀에 선전하는 경우다. 5위 NC가 7위 삼성에 2승8패1무로 크게 뒤지고 있는 것이 눈에 띄나 NC는 상위권팀과의 격차가 벌어져 가을야구 진출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눈에 띄는 연승가도를 살펴보면 그 뒤에 하위권 팀과 줄줄이 만난 대진운도 따랐음을 알 수 있다. KT가 시즌 최다 9연승을 질주할 때 만난 팀은 NC-롯데-KIA-삼성-한화였다. 최근 NC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둬 분위기를 다시 살렸지만 상위권의 키움을 만났을 때 3연패하며 주춤했다. 키움은 기세 좋은 KT를 누르며 6연승을 달리며 두산의 2위 자리를 잠시 뺏기도 했지만 1·2위를 만나서 좋은 흐름을 잇지 못했다. 롯데와 KT를 상대로 연승을 쌓았으나, 연승 전 두산, 연승 후 SK를 만나서는 1승2패 루징시리즈에 그쳐 결국 2위를 유지하는 데는 실패했다. 연승을 폄하할 수는 없지만 상위권팀을 뒤집을만한 짜릿함은 분명 덜했다.

상위팀이 하위팀과의 연전을 치를 때 위닝시리즈(2승1패)를 확보하는, 예측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 실제로도 꾸준히 벌어지고 있다.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나 만들어지는 재미를 느끼기 어려워졌다. 이대로라면 포스트시즌 진출 팀이 가려진 뒤에도 하위권팀이 가을야구 경쟁팀의 발목을 잡는 ‘고춧가루 뿌리기’도 쉽게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