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제공

 

“감독이 된 후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아직 잠실 승리가 남았네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KT-두산전을 앞두고 이강철 KT 감독이 멋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난해까지 2년간 잠실을 홈으로 쓰는 두산에서 코치 생활을 했음에도 잠실 승리가 낯설었다. KT 감독으로 전반기 끝무렵까지 치른 잠실 9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올해 10번째 잠실 경기를 앞두고 팀 상황은 좋지 않았다. 지난달 말 수비 도중 사직구장 구조물에 손바닥을 다친 강백호, 오른손 중지 미세 골절이 확인된 황재균 등 주축 타자들이 부상으로 빠졌다. 여기에 안방을 묵묵히 지키던 장성우도 전날 편도염에 걸려 훈련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들을 대신한 선수들이 맹활약해 감독에게 잠실 첫 승리를 안겼다. KT는 이날 12안타를 몰아친 끝에 두산을 7-2로 꺾고 잠실 9연패에서 벗어났다.

두산 선발 세스 후랭코프를 초반부터 몰아쳤고 이것이 통했다. 1회초 1사 후 오태곤의 내야안타, 조용호의 좌전안타로 1사 1·3루를 만들었다. 이어 유한준이 유격수 앞 땅볼을 쳤으나, 히트 앤드 런 작전이 통해 병살타를 피해 선취점을 냈다. 멜 로하스 주니어의 우익수 오른쪽 2루타가 이어져 2-0까지 도망갔다.

2회초 선두타자 윤석민이 잠실구장 외야 관중석 상단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으로 KT의 기세는 더욱 높아졌다. 당황한 후랭코프는 이어진 무사 2루에서 이준수의 보내기 번트 타구를 더듬는 실책을 범했고, 이는 이어진 심우준의 우전안타로 득점까지 연결됐다. 후랭코프는 2이닝만에 4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KT는 3회말 선발 배제성이 4연속 볼넷을 내줘 실점했지만, 이어진 1사 만루 위기에서 김재환이 친 2루수 직선타가 더블아웃으로 연결되며 위기를 넘겼다. KT는 두산이 기회를 놓친 직후마다 득점을 냈고 올 시즌 잠실 첫 승과 동시에 3연승을 품에 안았다. 강백호 대신 3번타자를 맡은 조용호가 4타수 2안타 1득점 1타점으로 맹활약했고, 황재균 대신 주전 3루수가 된 윤석민이 홈런 하나를, 장성우 대신 마스크를 쓴 이준수가 1득점을 보태 승리를 합작했다. KT는 3연승을 달렸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선발 배제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승리를 차지해 대견하다. 경기 초반 선수들이 집중력을 발휘해 승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그동안 잠실구장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지만 팬들의 응원과 선수들의 혼연일체가 귀중한 승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잠실|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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