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신재영이 2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SK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문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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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선의 차(車)와 마(馬), 상(象)과 포(包)도 빠졌지만, 넥센은 승률 5할 언저리에서 잘 버텼다. 김규민, 장영석 등 타선을 대체자원으로 잘 꾸려나가기도 했지만, 에스밀 로저스-제이크 브리검의 외국인 원투펀치에 최원태-한현희까지 선발진이 잘 던져줬다.

그런 넥센에 신재영은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였다. 2년전 신인왕 때의 활약은 온데간데 없고 지난 21일까지 평균자책점이 7.56에 달했다. 이래저래 어긋나는 게 많았다. 지난 9일 고척 한화전에선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팀이 1점밖에 못뽑아 패전투수가 됐다. 지난 16일 고척 KIA전에서는 본인의 손가락이 아팠다. 5회까지 1점만 내주며 잘 던지던 중에 손가락에 물집이 잡혀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7-1로 크게 앞선 상황이라 승리투수 요건은 채웠지만, 불펜이 동점을 허용하며 승리는 다시 멀어졌다.

22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신재영에 주어진 상황은 좋지 않았다. 경기 전부터 먹구름이 구장 위를 덮더니, 경기 시작과 동시에 비가 왔다. 마운드에 서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신재영의 모자와 유니폼의 버건디색은 비에 젖어 더 진해졌다.

하지만 신재영의 미소띈 얼굴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제이미 로맥에게 3점 홈런 한 방을 허용하긴 했지만, SK 타선에 안타를 5개만 내주며 6이닝 3실점 선발승을 거뒀다.

신재영은 최고구속이 140㎞에 못미치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한 완급조절과 제구로 승부한다. 그러나 빗줄기가 한껏 거세진 4회부터는 비에 젖은 마운드가 미끄러운 탓에 제대로 투구를 하지 못했다. 로맥의 홈런도 비가 거세지던 때에 나왔다.

그러나 이후 위기관리능력이 빛났다. 4회말 홈런 이후 세 타자를 연속해 범타로 잡았고, 5회말에는 안타와 희생번트로 내준 1사 2루 상황을 중견수 뜬공과 삼진으로 모면했다. 마지막 이닝 6회에는 2사 1·2루 위기를 맞았지만 정진기에게 시속 124㎞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던져 삼진을 잡았다. 직후 신재영은 손바닥으로 글러브를 치며 기쁨을 표했다.

4-3으로 앞선 가운데 내려간 신재영은, 타선이 7회부터 9회까지 6점을 뽑으며 10-4로 이긴 덕에 시즌 3승째를 거뒀다. 지난달 20일 대전 한화전 이후 한달하고도 이틀만에 거둔 승리였다. 신재영은 “손가락은 괜찮다”며 “간간히 던진 체인지업에 타자들이 범타로 물러나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6년 신인왕에 오르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신재영은 지난해 혹독한 2년차를 보냈다. 올 시즌은 불펜과 선발을 오갔던 전년과 달리 붙박이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지만 다른 선발들에 비해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신재영은 “개인적인 목표랄 것은 없고, 그저 팀에 보탬에 되길 바랄뿐”이라며 “기회를 계속 받는만큼 더 잘하고 싶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