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오재일이 지난달 27일 일본 미야자키 이키메구장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2군과의 연습경기에서 타격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제공

 

오재일(34·두산)을 보면 신인 때부터 두산의 지명을 받았던 선수라는 착각이 들 때가 있다. 2012년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오재일은 커다란 체구가 팀의 이미지와 어울리기도 하지만, 2016년부터 매년 100경기 이상 나서 20개가 넘는 홈런을 치고 1루수로도 유연하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없어선 안될 존재다.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리더로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지난 1월 팀의 시무식 때도 선수 대표로 섰던 오재일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야수들의 조장 역할을 했다. 팀의 주장 오재원이 FA 계약과 무릎 부상으로 시즌 초와 캠프 도중 자리를 비웠을 때 오재일이 자연스레 팀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오재원이 지난달 28일 미야자키 캠프에 다시 합류하면서 오재일은 부담을 덜었지만, 이제는 팀 리더의 자리가 제법 능숙하다. 지난달 29일 두산의 2차 스프링캠프가 진행된 일본 미야자키 사이토구장에서 만난 오재일은 “선수들에게 별 말을 하지 않아도 잘 따른다. (오)재원이 형도 주장으로 선수들에게 많은 말을 하지는 않는다”며 “다들 친하고 또 알아서 잘 움직여서 선배 역할을 하는 게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팀에 오재일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여럿 있지만, 오재일은 이제 자신이 팀 특유의 밝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위치에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오재일은 “(박)건우가 호주에서 저에게 ‘재원이 형이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제가 요구사항을 잘 안들어준다면서…”라고 했다. 그만큼 두산 선수들 사이에 쌓인 친밀함이 돈독하고,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팀 컬러가 두산을 강팀으로 만들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FA 자격을 앞둔 오재일에게 올 시즌은 더욱 중요하다. 오재일의 목표는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 오재일은 2016년부터 매년 100경기 이상 뛰며 20홈런을 넘겨왔지만, 시즌 초반 부상과 부진 탓에 최소 한번씩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곤 했다. ‘슬로 스타터’라는 평가 속에 시즌 초반 부침을 겪고 스스로 마음고생할 때도 많았다.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지만 4월까지 타율은 겨우 0.190에 그쳤다.

꽃샘추위 같은 연례행사가 된 초반 부진을 넘어서기 위해 오재일은 겨울부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오재일은 “웨이트트레이닝 때 드는 기구의 무게도 늘렸고 시간도 더 많이 할애했다”며 “근육량을 늘리고, 순발력과 밸런스를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타격감도 괜찮다. 지난달 25일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와의 연습경기 때 과거 일본을 대표하는 에이스였던 상대 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월 홈런을 터뜨렸다. 상대가 워낙 이름값이 높은 투수인만큼 일본 언론도 오재일의 홈런포를 주목했다. 오재일은 “유명한 투수에게 홈런을 쳤다는 것 정도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타격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다행히 생각한대로 타격감이 잘 잡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반 부진을 반복하면서 느낀 바는 오재일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오재일이 기술보다 멘털에 집중하는 이유다. 오재일은 “시즌 초반부터 목표를 잡고 기록에 신경쓰다보니 부담감이 늘었고 타격도 잘 안됐다”며 “이제는 더 좋은 성적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마음 편하게 먹는다’는 게 잘 안된다는 것도 안다”며 오재일은 멋적게 웃었다.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한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이 올 시즌에도 계속될테지만, 많은 경기에 나서 팀이 좋은 성적을 낸다면 자신의 가치가 함께 높아질 것을 아는 오재일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미야자키|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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