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신종 코로나 확산 예의주시
메르스 사태 땐 예정대로 리그 운영
관중 감소 등 우려에 커지는 고민

이랬던 2015년 야구장…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한국을 습격했던 2015년 당시 프로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국내 확진자가 끊임없이 발생하며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는 4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사태가 단시간 내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장 국내에서 진행 중인 프로농구와 배구는 이미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가 막이 오른 가운데 개막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프로축구 K리그도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찾는 프로야구 KBO리그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4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농구·배구 등 다른 리그 상황도 참고하고 있다”며 “아직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별도 회의를 소집할 예정은 없지만, 개막 준비를 위해 구단 실무자들이 모일 때 신종 코로나 방역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KBO리그는 오는 3월28일 개막하고, 그에 앞서 시범경기가 3월14일 시작된다. 다른 프로 리그보다 급하지는 않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대책을 생각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리그 개막을 미루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고민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 확진자가 나오고 있으며 ‘무증상 감염’이라는 특수한 경로로 신종 코로나가 확산된다고는 하지만, 아직 한국은 중국처럼 지역사회에서의 감염이 본격화됐다고 판단할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 중국의 경우엔 축구리그 개막이 무기한 연기됐고 시즌이 진행 중이던 배구리그도 중단됐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농구·배구 등 겨울 스포츠 리그가 예정대로 진행 중이다.

2015년 한국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창궐했을 때 KBO리그에도 리그 중단에 대한 의견이 있었으나 결국 예정대로 시즌을 소화했다. 2003년 4월에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토론토 홈경기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확산 우려에도 개최된 적이 있다. 경기 취소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도 적지 않은 만큼 확산 위험이 커지지 않는다면 올 시즌 KBO리그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종 코로나의 확산 국면이 달라진다면 KBO리그 운영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국내 지역사회의 신종 코로나 확산 속도가 빨라진다면, 한 경기를 보기 위해 수천에서 수만명이 모이는 야구장은 확산의 주요 경로가 될 수 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실외 종목은 실내보다 환기가 잘되기는 하지만, 관중들이 빽빽하게 앉는다면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잘 확산된다”고 말했다.

리그를 예정대로 운영하더라도 관중 감소라는 악재를 만날 수 있다. 메르스가 확산되던 2015년 5~7월 잠실야구장 입장 관객은 전년보다 줄었다. 두산 홈경기에는 경기당 평균 1만5405명, LG 홈경기에는 1만4077명이 찾았는데, 이는 2014년 5~7월의 1만7894명, 1만7998명보다 감소한 수치다. 이래저래 KBO리그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