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인터뷰하는 한화 이용규(왼쪽)와 하주석. 연합뉴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의 오프시즌은 유독 바빴다. 김태균 등 내부 FA 4명과 계약을 마쳤고 2차 드래프트 및 방출 선수 계약을 통해 준주전급 선수들도 여럿 영입했다.

다만 한화의 선수 보강은 지난해 약점이던 센터라인을 강화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외야수 정진호와 김문호, 내야수 최승준은 좌익수·1루수 등 코너 포지션 선수들이다. 포수 이해창의 영입은 롯데로 트레이드된 지성준의 빈 자리를 메우는 차원이었다. 센터라인의 두께를 늘리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물론 중견수 이용규(35)와 유격수 하주석(26)의 복귀는 한화 입장에선 천군만마다. 다만 두 선수 모두 지난 시즌 각자 다른 이유로 KBO리그 실전을 거의 치르지 못했기에, 실전 감각이 떨어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 또한 크다. 두 선수가 지난해처럼 오래 자리를 비우면, 충분한 대체자가 없이 힘든 시즌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지난 2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에서 본격 시작된 한화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두 선수는 그래서인지 각별한 각오로 출국길에 올랐다. 이용규는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경기 감각이 떨어져서 못했다고 하면 선수로 핑계일 것”이라며 “마무리 훈련에 앞서 교육리그에서도 10경기 이상 뛰었다. 그 때 ‘실전감각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하주석 또한 “옆에서는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저는 당장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상태라고 생각한다”라며 “사이드스텝도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훈련은 다 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각오만으로 그라운드에서 제 몫을 할 수는 없는 법. 각자 올 시즌 부활을 위한 키포인트가 있었다. 중견수 겸 톱타자 배치가 유력한 이용규는 “100경기 이상 주전으로 뛰면 도루는 30개 정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스피드가 떨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시즌 체중관리를 했다. 나이가 들어 스피드가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고싶지 않았다”고 했다. 하위타선에서 큰 스윙으로 장타를 노렸던 하주석은 접근법을 바꿨다. 하주석은 “최근 2~3년 동안은 홈런 욕심을 냈다. 저와 맞지 않는 스타일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정확한 타격으로 많이 출루해서 득점에 기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타 생산보다는 타격 정확도에 초점을 맞춰 “최대한 많은 안타를 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유독 몸무게 감량이 이슈가 된 한화에서 두 선수는 나란히 몸무게도 6~7㎏씩 줄였다. 이용규는 스피드를 살리기 위해, 하주석은 부상당했던 무릎에 걸리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두 선수의 의지는 등번호 변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용규는 프로에서 줄곧 달았던 15번 대신 ‘야구가 가장 잘 됐을 때’라던 덕수고 1학년 때의 19번을 등에 단다. 지난해 1번으로 번호를 바꿨던 하주석도 원래 등번호였던 16번으로 돌아왔다. “1번을 달고 5경기만에 다쳐서, 원래 번호로 돌아가 열심히 해보자는 의미”라고 했다. 개인이나 팀이나, 잘했을 때의 모습을 되찾고 싶다는 각오로 새 시즌을 준비하며 팬들의 기대를 함께 키웠다.

인천공항|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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