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박상원이 지난달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인터뷰한 뒤 포즈를 잡고 있다. 인천공항 윤승민 기자

 

“제가 지난해 승계주자가 리그에서 가장 많았더라고요. 이만큼 더 박빙에서 던질 수 있을까 싶어요.”

한화 투수 박상원(26)은 프로 4년차를 맞는 올해 억대 연봉 반열에 올랐다. 여전히 베테랑들의 전력 비중이 높은 한화에서 박상원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던 점도 반영됐다.

박상원이 지난해 마운드에 올랐을 때 누상에 남았던 주자는 총 62명이었다. 지난해 박상원이 61경기에 나섰으니, 경기당 평균 1명 이상의 주자를 안고 마운드에 선 셈이다. 2위 고효준(56명)과도 차이가 꽤 난다. 박상원도 연봉 협상 과정에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시즌 전체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박상원의 승계주자 실점률은 0.371로 리그 평균(0.322)보다 높았다. 지난 2년간 한화가 이닝 중간 위기 상황에서 다양한 유형의 투수를 바꿔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던만큼, 박상원은 올해도 주자가 있을 때 자주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한화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출발 전 만난 박상원에게선 새 시즌을 우려하는 기색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지난해 겪어 볼 위기는 다 겪었다. 항상 벼랑 끝에서 던진다고 생각하고 시즌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박상원은 “고쳐야할 것을 알고도 고치지 않으면 안된다”고 했다. 고쳐야 할 것들을 아는만큼 캠프에서 바꿔나가고픈 것들을 머릿 속에 뚜렷이 정했다. 그는 “주자가 있을 때 공 던지는 시간을 줄여 도루허용을 줄이겠다”며 “퀵모션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면서도, 마음을 급하지 않게 갖고 던질 수 있게 연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박상원은 “내가 던지고픈 공은 제구가 잘 됐는데, 포수가 요구하는 공이 잘 안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위기상황에서 포수가 원하는 공이 실투가 되거나 엉뚱한 곳으로 빠지지 않도록 만들겠다. 그게 나의 이번 숙제라고 생각하고, 잘 해내고 싶다”고 했다.

숙제를 해내기 위한 준비는 마쳤다. 지난해 마무리 훈련 때부터 한화 투수진에 불었던 ‘군살 줄이기’ 열풍에 따라 박상원은 비시즌 기간 7㎏을 감량했다. 최적의 몸상태에서 새 시즌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서다. 기분전환 겸 파마도 했다. 겨우내 떨쳐내기 힘들었던 슬픔을 털어내려는 것처럼 보였다. 박상원은 네 살 동생이었지만 입단 동기였던 투수 김성훈의 갑작스런 사망에 힘겨운 겨울을 보냈었다. 김성훈이 선발로 나서 프로 첫 승을 거둘 수 있던 경기에 자신이 동점을 허용해 데뷔 첫 승을 날렸다는 자책감까지 겹쳐 마음을 많이 썼다. 박상원은 지난해 김성훈의 등번호 61번을 새긴 채 새 시즌을 맞이한다. 슬픔을 덜고 밝은 표정으로,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한 각오를 새기며 장정을 떠나는 박상원에게서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읽혔다.

인천공항|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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