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코치 출신 감독 4명의 넥센 재임시절 사진들. 왼쪽부터 염경엽 SK 감독, 이강철 KT 감독, 허문회 롯데 감독, 손혁 키움 감독. 이석우 기자

 

지난 4일 키움이 손혁 신임 감독을 전격 선임하면서, KBO리그 10개 구단 감독 구도 역시 예상치 못하게 바뀌었다. ‘넥센 코치 출신’ 감독이 절반 가까운 4명이나 자리를 잡은, 그간 볼 수 없던 구도가 만들어졌다.

히어로즈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염경엽 SK 감독, 그 밑에서 수석코치를 역임했던 이강철 KT 감독에 이어 넥센 코치 출신 2명이 새로이 지휘봉을 잡았다. 허문회 롯데 신임 감독은 올 시즌 키움 수석코치를 맡기 전 넥센 1·2군 타격코치를 거쳤다. 손혁 감독 역시 염경엽 감독이 넥센-SK 감독을 역임한 동안 투수코치로 보좌했다.

이로써 넥센 코치 출신 감독의 수는 4명으로 늘었다. 염 감독 역시 넥센에서 작전·주루코치를 맡은 바 있다. 키움의 장정석 전 감독도 선수 은퇴 후 줄곧 현대 및 히어로즈에서 일했지만 코치 경험은 없었다.

공교롭게 4명은 모두 비슷한 시기 감독·코치로 호흡을 맞췄다. 염 감독과 이 감독, 허 감독은 모두 201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손 감독이 이듬해 코치진에 합류했을 때, 허 감독이 2군 타격총괄코치로 자리를 옮겨 함께 일한 적이 드물었을 뿐이다. 손 코치는 염 감독, 이 감독이 2016시즌 후 넥센을 함께 떠나기 전까지 주로 1군에서 함께 보조를 맞췄다.

현역 시절을 태평양-현대 프랜차이즈에서 보낸 염 감독을 뺀 나머지 3명은 현재 히어로즈 구단에도 명맥이 일부 남은 현대 출신이 아니라는 공통점 역시 가지고 있다. 이 감독은 잠시 삼성에서 뛴 두 시즌을 빼면 해태-KIA를 상징하는 투수였다. 손 감독과 허 감독은 현역 시절 이 감독만큼의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으나 현대에서 선수로 뛴 적이 없는 것은 같다.

네 감독은 코치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이제는 코치 경력보다 감독 경력이 더 길어진 염 감독은 2012년 넥센 주루코치로서 팀 도루를 비약적으로 늘리는 데 공헌하는 등 성과를 냈다. 이 감독은 넥센을 떠난 이후에도 두산에서 2군 감독 및 1군 수석코치를 맡는 등 꾸준히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돼왔고, 창단 후 최하위 탈출에만 급급했던 KT가 올해 시즌 막판까지 5강 싸움을 벌이는 데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코치 때 받은 좋은 평가를 바탕으로 감독 첫 해부터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손 감독은 투수코치와 해설위원을 역임하면서 미국의 선진 이론을 적극 받아들이는 한편 투수들과 격의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키움이 장정석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새 감독을 일주일만에 결정한 점에 논란이 생긴 것과 별개로 손 감독이 차기 지도자로 부적합하다고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허 감독 역시 넥센 시절부터 이어져온 특유의 강타선을 만드는 데 공헌했을뿐 아니라 인품 또한 훌륭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새로 부임한 손 감독과 허 감독이 감독으로 자기 야구를 어떻게 선보일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롯데는 지난해 창단 첫 10위에 그친 성적 때문에, 키움은 최근 다시 불거진 ‘옥중경영’ 논란 및 대표·감독 교체 과정 때문에 뒤숭숭한 상태다. 혼란 속에서 팀 분위기를 추스리고 좋은 성적·감동적인 플레이를 팬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어렵지 않은 과제를 안았다. 이에 성공한다면 ‘넥센 코치 출신’ 네 감독의 지략 대결은 더욱 빛날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