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로 이끈 장정석 감독에 새 감독 발표날 재계약 불가 통보
‘팀 분위기 쇄신 차원’ 밝혔지만 이장석 전 대표 색깔 지우기 분석

4일 프로야구 키움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손혁 감독이 고척구장 구단 사무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제공

 

프로야구 키움이 팀을 2019년 한국시리즈로 이끈 장정석 감독(46)과 재계약하지 않고 손혁 신임 감독(46)을 선임했다. 한국시리즈 진출 감독이 시즌 후 재계약에 실패하는 흔치 않은 사태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키움은 4일 손혁 신임 감독과 2년간 계약금 2억원, 연봉 2억원 등 총 6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공주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손 신임 감독은 1996년부터 LG와 KIA, 두산에서 선수생활을 하다 2004년 은퇴했다. 2014~2016년에는 넥센(현 키움) 투수코치를 맡았다가 2017~2019년 SK 투수코치를 지냈다.

선임은 급박하게 이뤄졌다. 구단에 따르면, 구단은 지난달 29일 하송 신임 대표이사가 취임한 이후 일주일간 복수의 감독 후보를 놓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중엔 외국인 2명도 있었다고 한다. 약 일주일간에 거친 인터뷰 끝에 손 감독이 최종 낙점됐다. 감독 선임 발표일 당일 오전 키움은 장정석 감독에게도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알렸다.

이토록 급박했던 감독 교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말 한국시리즈가 끝났을 때만 해도 시즌 후 계약이 만료되는 장 감독의 재계약은 유력해 보였다.

키움이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정규시즌을 선두 두산에 2게임차 뒤진 3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에서 우승 후보 SK를 3연승으로 꺾은 점 등은 재계약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였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보인 ‘만리장성 불펜’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장 감독의 재계약은 당연시됐지만 키움의 선택은 달랐다. 한국시리즈 준우승 감독이 퇴진한 것은 2002년 LG 김성근 감독, 2004년 삼성 김응룡 감독, 2010년 삼성 선동열 감독, 2013년 두산 김진욱 감독 등으로 극히 드물다.

키움 구단은 ‘신임 대표이사 체제에서의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구단 관계자는 “대표이사 교체가 불미스러운 일로 벌어졌다. 이에 선수단 및 프런트의 분위기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키움은 바뀐 해에도 이장석 전 대표이사와 접견하며 ‘옥중경영’에 일조하고 고액 연봉을 받았다는 논란에 휩싸인 박준상 전 대표이사 대신 구단 감사위원장 출신 하송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와 관련된 조사에 최근 착수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키움 경영진의 난맥상이 얽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 대표는 허민 키움 구단 이사회 의장이 창단한 고양 원더스에서 단장을 맡았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람이다.

허 의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구단 경영에도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왔다. 공식적인 구단 경영권은 없지만 여전히 구단 최대주주인 동시에, 간접적으로 경영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장석 전 대표의 색깔을 지우려는 과정에서 이번 선임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장정석 감독은 이 전 대표가 선임했을 뿐 아니라, 이 전 대표 체제에서 운영팀장 등을 역임했던 측근 인사로 분류돼왔다.

향후 키움 구단에 추가로 나타날 변화를 보면 감독 선임 배경도 보다 분명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