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고우석이 지난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포스트시즌 NC와의 와일드카드 1차전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잠실 이석우 기자

 

LG 마무리 고우석(21)은 지난 3일 2019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제대로 치렀다. 3-1로 LG가 근소하게 앞선 9회초 세이브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1사 후 안타 2개와 볼넷 하나로 만루 위기를 맞았다.

장타가 나오면 동점 내지 역전이 나오는 상황에서 고우석은 LG를 4위로 이끈 마무리의 진면목을 보였다. 박석민과 노진혁을 잇달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고, LG는 한 경기만에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위기 상황을 만들었으나 스스로 극복해 내 팀 승리도 이끌고 값진 경험치까지 쌓은 고우석은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당시 상황을 기억해냈다. 고우석은 “만루상황이 됐을 때 긴장이 풀리는 걸 느꼈다. 정신적으로는 긴장됐지만, 몸에 힘이 빠지고 긴장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그 때쯤 되니 공격적으로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가운데 낮게 보고 던졌는데, 막상 또 그렇게 던지니 가운데로 공이 들어가지는 않더라”며 웃었다.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를 향한 공격적인 승부가 결국엔 위기 상황에서 점수를 안 내주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몸소 체득한 것이다.

중요한 경기에서 고우석의 마음을 다잡은 것은 또 있었다. 베테랑 투수코치인 최일언 LG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고우석에게 “여기서 맞으면 지기 밖에 더하겠냐”고 말을 건넸다고 한다. 고우석은 “너무나도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데, 그게 그 상황에서 들으면 또 웃기다”며 “살짝 웃음이 나면 저도 긴장이 풀려서 좋다”고 했다.

3년만의 포스트시즌을 맞아 경기장을 가득 메운 LG 팬의 존재는 고우석에게 힘을 준다. 고우석은 “긴장하는 건 팬들이 아니겠느냐”며 “위기 상황에서 팬들이 제 이름을 연호해주는 걸 들었다. 그 때 느낀 쩌릿쩌릿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내가 나오지 않더라도 팀이 이기면 좋겠지만, 한 번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섰을 때의 기분을 느낀만큼 언제든 다시 등판하고 싶다”고도 했다.

고척|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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