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키움 히어로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키움 히어로즈의 선발 제이크 브리검이 역투하고 있다. 고척 연합뉴스

 

키움이 2019 KBO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먼저 낸 선발투수는 제이크 브리검(31)이었다. 올해 정규시즌 팀내 다승·평균자책 1위 투수였고, 지난해 히어로즈의 포스트시즌 선발 에이스이기도 했다.

우려할만한 점은 있었다. 브리검은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199이닝을 던졌고 포스트시즌에서 22.2이닝을 더 던졌다. 올 시즌 선발등판한 뒤 경기도중 통증을 느껴 강판한 것만 세차례. 지난달 12일에는 1이닝을 못 채우고 왼쪽 옆구리 통증을 느껴 강판됐다. 공교롭게 당시 상대는 LG, 장소는 고척. 상대 선발은 타일러 윌슨이었다.

정규시즌 막바지 복귀전을 거친 뒤 브리검은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다시 섰다. 그리고 다시 만난 LG와의 2019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2이닝 2안타 무실점, 컨디션에 대한 우려를 털어낸 기대 이상 쾌투로 키움에게 시리즈 첫 승을 안겼다. 0-0으로 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고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이날 끝내기 홈런을 친 박병호에게 돌아갔지만, 브리검의 호투가 없었다면 키움의 승리도 실현될 수 없었다.

LG 선발 윌슨을 상대로 키움 타선은 8회까지 안타 8개를 뽑았으나 단 한점도 내지 못했다. 6회까지는 매회 안타를 쳤으나 무위에 그쳤다. 그만큼 승부의 흐름이 LG쪽으로 넘어갈 기회가 많았다. 브리검은 매회 역투로 분위기 반전을 막았다.

브리검은 7회까지 매 이닝을 14개 이하의 공으로 끝냈다. 6회까지는 노히트 노런을 이어갔다. 2회초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내준 볼넷 외에 출루를 한차례도 허용하지 않았다. 좌우폭이 넓은 스트라이크존을 바탕으로 커브를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이날 기록한 삼진 6개 중 절반인 3개는 스트라이크존을 활용한 루킹삼진이었다.

위기가 브리검의 마지막 이닝에 찾아왔다. LG의 첫 대타 박용택이 브리검의 초구를 쳐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브리검은 기가 막힌 견제로 스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1루 대주자 신민재에게 던진 견제구로 아웃카운트를 하나 늘렸다. 벤치에 비디오판독을 요청한 1루수 박병호는 “견제구가 태그아웃하기 좋게 들어왔기에 아웃을 확신했다”고 할 정도로 견제 자체가 좋았다.

이후 이형종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LG의 4번 김현수를 내야 뜬공으로 돌려세워 한숨을 돌렸다. 이어진 2사 1·2루 위기를 맞아 간판됐지만 키움의 불펜 에이스 조상우가 카를로스 페게로를 삼진처리하며 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쳤다. 선발 맞상대인 윌슨의 8이닝 무실점에 비해 기록상의 화려함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83개의 공 중 56개를 스트라이크로 꽂은 투구 내용은 만점을 받기에 손색이 없었다.

고척|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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