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제공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키움의 2019시즌은 화려했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으나 1위 두산과의 승차는 2경기에 불과했고 승률은 0.601(86승57패)에 이르렀다. 기세를 이어 준플레이오프에서 SK를 연파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과 거의 매경기 접전을 벌였다.

2군은 달랐다. 올해 처음으로 고양에 자리잡은 히어로즈 2군에는 시즌 내내 달갑지 않은 소식들만 들렸다. 구단 자체 선수 육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타 구단이 2군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 놓였다.

지난 29일 SBS 보도를 통해 히어로즈 2군 선수들이 숙소 근처 분식집에서 아침, 저녁 끼니를 해결하고 있으며, 경기 중 배트가 부러졌을 때 받는 배트 교환 쿠폰 금액이 다른 구단에 비해 적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점심에 구장 근처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밥차’가 수준 이하라는 선수 부모의 한탄도 전파를 탔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숙소 주변에 해당 분식집 외에 다른 식당이 없고, 식당에 요청해 선수들이 9000원 이내 한식 메뉴도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다른 구단도 대부분 1군 선수들보다 적은 금액의 배트 쿠폰을 2군에 지급하고 있고, 대부분 10만~13만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히어로즈 2군 선수들의 처우가 다른 구단보다 처진다는 사실은 변화가 없다. 선수 육성은 이제 각 구단의 트렌드로 자리잡았고, 체계적인 식단 관리도 선수 육성의 중요한 부분으로 주목받고 있다. 히어로즈의 구단 살림이 빠듯하다고는 하지만, 그 와중에 구단의 대표이사와 자문 변호사는 업계에서 높은 수준의 돈을 연봉과 법률자문료로 챙긴 동안 2군 지원이 열악했다는 점은 선수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부분이다.

히어로즈 2군의 상황이 이슈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구단 이사회 허민 의장이 2군 훈련장을 찾아 선수들을 타석에 세우고 너클볼을 던졌다. 구단 측은 선수들의 자발적인 행동이었다고 했지만, 휴식의 중요성까지 강조되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갑작스레 타석에 서 실전과 상관없는 공을 상대하도록 하는 게 문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월초에는 2군 감독을 맡고 있던 셰인 스펜서가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 스펜서는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2군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히어로즈는 결국 시즌을 마칠 때까지 2군을 정식 감독 없이 오규택 총괄코치 체제로 운영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는 상황에서 2군에서 제대로된 육성이 가능하리라 기대하긴 힘들다. 올해 키움은 1군 선수 등록 변경을 10개 구단 중 가장 적은 60회만 했다. 그만큼 1군 선수들의 전력이 좋았고 부상 관리도 잘 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해 2군에서 1군 선수들의 자리를 위협할만한 자원들이 없던 것도 사실이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으로 자리잡아 리그에 새바람을 일으켰지만, 2군이 지금처럼 운영된다면 키움의 미래가 밝을 수 없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