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김태형 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형 두산 감독(52)의 이력 중에 가장 빛나는 수식어는 ‘역대 최고액 계약 감독’일지 모른다. 김 감독은 두산은 5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끌고 2019시즌 3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되찾은 공로를 인정받아 역대 감독 최고 규모인 3년 총 28억원에 두산과 재계약했다.

베어스 프랜차이즈로 더 빛나는 건, 김 감독이 OB 시절부터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모두 베어스의 우승을 경험해 봤다는 점이다. 그리고 김 감독은 역대 최고액 감독이 된 소회를 밝히는 자리에서도 그가 오랫동안 경험했던 베어스에게 공을 돌렸다.

김 감독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재계약 소회에 대해 “좋은 선수들, 좋은 구단을 만난게 최고의 감독이 된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김 감독 부임 후 달성한 성과이지만, 2000년대 중후반부터는 거의 매 시즌 상위권을 지키며 활약해준 팀에 먼저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자신이 선수로서 데뷔했고, 현역시절 주장을 맡기도 했던 베이스 특유의 전통과 문화 덕에 자신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뚝심’으로 대표되는 두산의 야구에 대해 “우리 팀에는 특별한 끈끈함이 있다. 선배들이 하는 것을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따라하면서 생긴 전통”이라며 “누군가가 들어와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의 야구도 그 전통과 궤를 같이한다. 그는 “선배들이 후배들의 잘못을 굉장히 엄하게 혼내면서도, 때로는 잘 다독였다”며 “제가 OB 주장 때 선수들을 다그쳐도 김인식 감독님은 절대 뭐라하지 않으셨다. 제가 감독으로 선수들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같은 감독의 팀 운영은 두산 선수들이 큰 경기,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 생각하며 저력을 발휘해 강팀으로 자리잡는 원동력이 됐다.

올해도 그 강력함이 두산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김 감독은 두산 감독으로 지낸 5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올 시즌 정규시즌 최종전’을 꼽으며 “한국시리즈 우승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가끔 유튜브로 당시 동영상을 돌려보곤 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올해 정규시즌 주변에서 위기라고 말하는 상황들이 있었다. 그 때 위기감을 느끼며 조급해하기보다는 순리에 따라 움직인 게 막판 역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돌아봤다.

올해 7월쯤 두산은 타선이 물먹은 듯 침체에 빠지며 역전 우승은커녕 3·4위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그 때 김 감독이 떠올린 것은 ‘상대를 신경쓰지 않고 우리의 야구를 하는 것’이었다. 이는 김 감독이 5년간 두산을 맡으며 항상 지켜온 것이기도 하다. 그는 “매 시즌을 치르면서 ‘우리가 어떤 야구를 하겠다’고 특정하지 않았다. 1위 자리를 지켜야겠다고도 애쓰다 보면 선수단이 언젠가 와르르 무너질 것이라 생각했다”며 “팬들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원하겠지만 우리는 포기할 경기는 과감히 포기하는 야구를 했다. 상황에 맞게, 순리대로 운영하면서 선수들이 부상만 없다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새로 재계약한 3년 동안 선보일 야구에 대해 규정하지 않았다. 다만 김 감독은 “5년간 감독을 하면서 시야가 많이 넓어졌다. 성적 외에도 신경써야할 것들이 많아졌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최고액 감독의 영예를 안은 뒤에도 김 감독은 “감독에는 정답이 없다. 과정이 필요없고 결과로 보여줘야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감독이든,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꾸준히 내는게 목표 아니겠는가”라며 “당장 마무리캠프부터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바로잡고, 내년 스프링캠프부터 실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시킬 것”이라고 했다.

잠실|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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