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김태형 감독이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잠실연합뉴스

 

두산 김태형 감독(52)은 말을 아끼고, 늘상 구체적인 목표를 밝히기 보다는 ‘상황을 봐야 한다’고 에둘러 답하는 편이다. 그만큼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3년 재계약 후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앞으로 어떤 야구를 해야겠다고 특별히 규정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5년간의 감독 생활을 돌이키면서 김 감독은 “감독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느꼈다. 첫 해에는 앞만 보고, 성적만 생각했는데, 미디어나 팬들, 그 외 여러가지 신경써야할 것이 많더라”고 말했다.

변화의 계기 중 하나로 꼽히는 게 지난 4월28일, 잠실 롯데전에서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이다. 9-2로 앞선 8회말 2사 1·2루에서 두산 정수빈이 롯데 구승민이 던진 공에 옆구리를 맞아 쓰러졌고, 타석에서 쓰러진 정수빈을 향해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선 김 감독이 롯데 측에 폭언으로 추정되는 말을 남겼다. 이는 롯데 당시 양상문 감독간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김 감독의 발언 내용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의 입모양이 방송 중계 화면에 잡히고 발언 내용에 대한 추측까지 떠돌며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재계약 확정 후 기분이 좋은 상태였기 때문인지 김 감독은 웃으며 당시를 떠올렸다. 김 감독은 “오재일도 몸쪽 공에 맞을 뻔 했고, 한 4개 정도가 고의로 몸에 맞추려는 공 같았다”며 “앞 뒤 안보고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공필성 코치를 포함해 눈에 보이는 사람들에게 험하게 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그 전에 어필을 해야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우리가 롯데에게 당시 전승을 하고 있었고 그날도 큰 점수로 이기고 있어서 상대에게 먼저 어필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반년이 지난 지금, 김 감독은 “지금 생각해보면 냉정하게 대처를 했어야겠다고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그 때는 화가 많이 났다”며 “그날 이후 ‘참 제대로 두들겨 맞았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김 감독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은 많지 않았고, 이후 김 감독의 평소 말투나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 감독은 문제의 사건에 대해 “그것도 하나의 배워가는 과정 아닐까 싶다”고 했다.

잠실|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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