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인태가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와의 경기에서 8회말 동점 1타점 적시타를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 이석우 기자

 

올해 6·7월, 두산은 타선이 침체되며 부진을 맞았다. 지난해 무서운 타력을 과시하며 리그를 지배했던 두산 타자들이 힘을 못썼다. 담장을 넘지 못하고 잡히는 타구가 늘어나면서 개인 성적이 떨어졌고, 스윙에 힘이 들어가니 밸런스가 무너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두산은 직격탄을 맞았다.

8월, 두산은 타선의 부활과 함께 선두 추격에 나설 수 있었다. 결국 시월의 첫날이자 정규시즌 마지막날에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팀 타율이 오른데다, 전통의 팀컬러이던 빠른 발을 살리면서 두산의 반전은 가능했다.

두산의 올해 8월 이후 팀 타율은 0.292로 1위였다. 7월까지도 0.271로 4위였는데 이를 다시 끌어올렸다. 출루율은 8월 이전과 이후를 가리지 않고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타격이 살아나니 자연스레 득점력이 늘었다.

작년같은 일발장타가 쭉쭉 나온 것은 아니었다. 8월 이후 44경기에서 두산이 친 홈런은 25개, 10개팀 중 8위 수준이다. 주목할만한 것은 크게 늘어난 도루다. 두산은 정수빈·허경민·박건우 등 발빠른 선수들을 여럿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7월까지는 도루를 잘 시도하지 않는 편이었다. 100경기에서 도루를 80번 시도해, 경기당 도루시도(0.8개)는 전체 9위에 그쳤다. 8월 이후 두산의 팀 도루는 44경기에서 46개, 경기당 1개꼴로 크게 늘었다. 공동 2위 SK·KT의 35개보다 월등히 많았다.

도루가 늘어난 건 살아난 타격감과도 연관돼있다. 7월까지 타율이 0.239에 그쳤던 정수빈을 비롯해 박세혁(0.260), 허경민(0.278)의 타격감이 지난해보다 처져 있었다. 이들이 8~9월 타율을 3할대까지 끌어올렸다. 발빠른 주자들이 더 자주 출루하게 되다보니, 두산은 상대를 흔들 수 있는 무기가 더 늘어났다. 8월부터 정수빈이 도루 11개, 허경민이 8개를 기록했고 류지혁도 7개, 박건우도 5개씩을 각각 보탰다.

도루가 늘어난 것은 물론 타구가 인플레이됐을 때 한 베이스를 더 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1일 잠실 NC전에서 그 덕을 봤다. 4-5로 뒤진 2사 1루에서 김인태가 우중간을 가르는 적시 3루타로 동점을 만들 수 있던 건 1루주자 허경민의 발이 빠른 덕도 있었다. 1-2로 뒤진 7회말, 2-2 동점을 만든 NC 김건태의 연이은 견제 악송구도 허경민·이유찬 등 빠른 주자가 누상에 있어 이끌어낼 수 있었다. 끝내기 결승점 주자였던 신인 김대한은 스피드만큼은 팀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두산은 외야가 넓은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2000년대 중반 홈런을 치는 거포보다 빠른 발로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최적화하는 데 애썼다. 두산은 ‘육상부’로 불렸고, 매년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자리매김했다. 공인구 반발력이 줄어들어 홈런포를 지난해보다 보기 힘들어진 상황에서, 돌아온 두산 특유의 야구는 제대로 힘을 발휘했다.

여기에 SK와의 문학 경기에서 김재환, 오재일이 홈런을 터뜨린 것처럼 필요할 때, 가능한 곳에서는 장타가 더해졌다. 이렇게 두산은 이기는 다양한 방법을 선보였고, 선수단에 이기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