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전 9회말 박세혁 끝내기 안타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
8월부터 달아오른 방망이…선두 SK와 9경기차 뒤집는 ‘기적’

두산 김태형 감독(오른쪽 앞)과 주장 오재원이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OB 시절부터 잊을 만하면 짜릿한 역전극을 선보이던 두산은 ‘기적’을 그들의 정체성으로 만들어놓았다. 두산은 올해도 정규시즌 마지막 순간 기적의 역사를 재현했다. 8월 중순까지만 해도 선두 SK에 9경기 차까지 뒤져 있던 두산이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연출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두산 박세혁이 9회말 끝내기 안타를 때린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NC전에서 9회말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로 6-5로 승리했다. 정규시즌 성적 88승55패1무(승률 0.615)로 SK와 동률을 이뤘으나, SK와의 상대전적에서 9승7패로 앞서 2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동률 1위 팀이 상대전적으로 1·2위를 가리게 된 것은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다. 선두에 9경기 뒤졌던 팀이 이를 뒤집고 우승을 차지한 것도 처음이다. 이전 최다승 역전 우승 기록은 2011년 삼성이 5월까지 선두에 7경기 뒤지다 정규시즌을 1위로 마친 것이었다.

이겨야 우승이 확정되는 정규시즌 최종전도 ‘기적의 두산’다웠다. 두산은 3회초 1사 2·3루에서 NC 박민우에게 2루수 앞 내야안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4회초에는 1사 1·2루에서 김성욱이 좌전 적시타로 1점을 더 보태 NC가 2-0으로 달아났다.

잠실을 가득 메운 관중 2만4081명이 무섭게 내뿜은 열기에 두산은 힘을 냈다. 5회말 1사 1·2루에서 박건우의 적시타로 한 점을 추격한 뒤 7회말 무사 1·2루에서 NC 우완 김건태가 연이어 견제구를 악송구한 틈을 타 2-2 동점을 만들었다.

승부는 8회초 다시 NC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1사 1·3루에서 유희관의 폭투와 대타 권희동의 중전 적시타로 NC는 4-2로 달아났다. 또 2사 1·2루에서 양의지가 친정팀에 비수를 꽂는 적시타를 쳐 5-2까지 도망갔다.

그러나 1루 측 관중석을 가득 채운 두산 팬들의 응원 열기는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승부는 끝난 게 아니었다. 두산은 8회말 2사에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2·3루에서 허경민의 중전 적시타로 2점을 쫓아간 뒤, 대타 김인태의 우중간 3루타로 5-5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9회말, 1사 후 대타 국해성의 우익수 쪽 2루타에 이은 박세혁의 끝내기 중전적시타로 두산은 최종전 혈투를 끝냈다.

두산은 8월15일까지만 해도 당시 선두 SK에 9경기 뒤져 정규시즌 우승은 물론 2위 도전도 힘겨워보였다. 그러나 직후 23승9패1무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같은 기간 14승18패에 그쳤던 SK를 제치는 해피엔딩을 완성했다.

6·7월 숨죽였던 두산의 방망이가 8월부터 달아오르며 반전이 시작했다. 8월 말~9월 초 중심타자 김재환·박건우가 부상으로 빠졌으나, 비와 태풍의 영향으로 4일 연속 경기가 취소되며 휴식기를 맞은 것도 힘이 됐다. 우천 취소로 생긴 지난달 19일 SK와의 문학 더블헤더를 모두 잡아 선두와 승차를 단숨에 2.5경기까지 좁혔다. 상승세를 탄 두산은 이후 9경기에서 7승1패1무의 질주를 이어가며 우승에까지 다다랐다.

잠실|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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