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태형 감독이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NC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9회말 끝내기로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고 활짝 웃고 있다. 잠실 이석우 기자

 

9경기차를 극복한 두산의 극적인 2019 KBO리그 정규시즌 역전 우승은 SK와의 더블헤더 연승에서 비롯됐다고들 생각한다.

김태형 두산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김 감독은 “그 때 우리가 2위를 할 수 있겠다고는 생각했다. 그 때 1위를 잡겠다는 확신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이후 두산은 남은 9경기에서 7승1패1무의 무서운 상승세를 탔고, 결국 SK와 승률을 동률로 맞춘 뒤 상대전적(9승7패)에서 앞서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쥐었다. 1일 잠실 NC전에서 6-5 승리를 거두고 비로소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한 김태형 감독은 “경기를 치르다 보니 1위할 기회가 왔다. 기회가 왔으니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사실 시즌 전에 정규시즌 우승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부상당한 선수들이 많아 ‘4강’도 버겁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4월쯤에 1·2점차 어려운 승부가 많았다. 거기서 선수들이 잘해줬다”며 “그 때 많이 패했으면 어려웠을텐데 선수들이 잘 극복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선수들에게 고맙다. 빈 자리가 있을 때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빈 틈을 막아줬다”면서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렸다.

다음은 정규시즌 우승 확정 후 김태형 감독과의 일문일답.

- 정규시즌 우승 소감을 말해달라.

“정말 좋다. 선수들이 정말 잘했다.”

- 힘든 경기를 했는데

“8회초 노진혁 타석 때 유희관으로 교체를 할까 했는데 조금 늦었다. (유희관은 다음타자 김성욱 타석 때 교체됐다.) 그 때 ‘아차’ 싶었다. 하지만 2이닝이 남았고, 3점은 뒤집을 수 있는 점수차라 생각했다. 반드시 뒤집어야갰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선수들이 잘하니까 편안하게 마음 먹었다.”

- 대타 작전이 잘 통했다.

“시즌 내내 통하지 않았는데(웃음). 7회말 호세(페르난데스)의 안타 후 대주자로 교체했을 때 승부를 걸었다. 우리 타순도 좋았고. 이후에 타순이 돌아오면 김인태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인태가 빠른 공이나 사이드암의 공에 대처 능력이 좋았다. 좌익수를 8회초 백동훈으로 교체했을 때는 다음 타순 때 국해성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운좋게 상황이 잘 들어맞았다.” (8회말 대타로 나선 김인태는 동점 3루타를, 9회말 대타로 나선 국해성은 결승점의 기반이 된 2루타를 쳤다.)

- 짜릿하게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시즌을 돌아본다면.

“사실 시즌 전에 정규시즌 우승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부상당한 선수들이 많아 ‘4강’도 버겁겠다고 생각했다. 4월쯤에 1·2점차 어려운 승부가 많았다. 거기서 선수들이 잘해줬다. 그 때 많이 패했으면 어려웠을텐데 선수들이 잘 극복해줬다. 주요 선수들이 빠졌을 때, 남은 선수들이 100%까지는 아니어도 각자 제 역할을 고루고루 하며 빈 자리를 메꿔줬다.”

- 오늘 경기 NC도 잘 싸웠는데.

“(양)의지가 그렇게 리드를 잘 할 줄 몰랐다.(웃음) 서로 느끼는 부담감은 달랐겠지만, 서로 베스트 멤버를 내보내면서 팬들을 위한 야구를 한 것 같다. 졌으면 섭섭했겠지만, 그건 또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 양의지 없이도 정규시즌 우승을 해 의미가 있지 않나.

“올해 박세혁이 내 마음 속의 MVP다. 풀타임 주전포수로 치르는 첫 시즌이 쉽지 않았을텐데, 아프다거나 피곤할텐데도 티를 안내고 묵묵히 잘 해줬다. 양의지의 빈 자리를 세혁이 혼자 메꿔줬다기 보다는, 남은 선수들 모두가 그 자리를 메꿨다고 생각한다.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내내 봐왔기에 정말 고맙다.”

- 두산 감독 부임 후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치르게 됐는데, 자부심을 느끼나.

“사실 ‘5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감독’이라는 점이 스스로에게 와닿지 않는다. 지금 내가 유니폼을 입고 있는 현역 감독이라는 점만 생각난다. 지면 비판받고, 이겨도 컨디션 안좋은 선수가 있으면 스트레스 받고…. 감독으로 쌓는 업적은 어느 순간이 지나면 다 없어지는 것 같다.”

- 지난해 한국시리즈와 다른 느낌으로 임할 생각인가

“감독이 다르게 마음 갖는다고 달라지는 게 있나. 물론 지난해 정규시즌 1위 후 한국시리즈에서 졌지만, 올해 그 때의 생각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선수들이 시즌 내내, 아파도 말못하고 뛰는 것 봐왔다. 선수들도 5년째 한국시리즈 하니 스스로 몸관리 잘하고 잘 준비할 것이다.”

잠실|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