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V리그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각팀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GS칼텍스 강소휘, 현대건설 이다영, 흥국생명 이재영, IBK기업은행 표승주, KGC인삼공사 오지영, 한국도로공사 문정원. 연합뉴스

 

“올해는 몇 위?”(차상현 GS칼텍스 감독) “너보다는 위.”(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

2018~2019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달궜던 건 ‘절친’인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과 차상현 GS칼텍스 감독 간의 유쾌한 설전이었다. 3경기 모두 풀세트 접전이었던 혈투에 두 감독의 장난섞인 기싸움이 더해져 흥미가 더해졌다.

두 감독의 설전은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개막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도 그치질 않았다.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차상현 감독이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김종민 감독에게 ‘다섯글자 질문’을 던졌다.

차 감독의 말에 한치도 지지 않으려는 김 감독은 이미 “모든 팀들에게 많이 이기고 싶지만, GS칼텍스에게만큼은 무조건 한 경기라도 더 이기겠다”고 말한 터였다. 김 감독은 순위를 묻는 질문에 “너보다는 위”라고 답했다. 차 감독이 이에 “우리는 노냐?”고 응수하자 김 감독은 “계속 놀아라”고 받아쳐 좌중을 웃겼다.

올 시즌 김종민 감독은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엮였다. 흥국생명에서 두 시즌 뛰었던 외인 테일러를 도로공사가 영입하면서다. 테일러는 지난 5월 트라이아웃 때는 국내 구단의 선택을 받지 못했으나 도로공사가 대체 선수로 긴급히 수혈했다.

테일러는 앞서 흥국생명의 선택을 두 차례 받았으나, ‘전쟁 우려’ 등 석연찮은 이유를 들며 시즌 도중 한국을 떠나는 바람에 국내 팬들에게 이미지가 좋지 않다. 한국 리그 적응과 실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도 외면을 받았으나, 김종민 감독은 기존에 지명한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 “고민이 많았다. 당장 1~2라운드에 뛸 선수가 필요했다. 지난 시즌 1~2라운드 외인 선수 없어서 시즌 전체를 힘들게 치렀다”고 말했다.

이에 박미희 감독은 “제가 흥국생명에서 6년 감독을 했다. 힘든 때가 있었는데, 그 중엔 테일러와 관련된 일도 있었다”며 “도로공사를 올해 더 많이 이기고 싶은 이유가 테일러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양 팀은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는데 올해 더 묘한 라이벌 관계를 이어가게 됐다. 두 팀은 당장 19일 올 시즌 여자부 개막전을 치러야 한다.

V-리그 여자부를 대표하는 또다른 선의의 라이벌인 쌍둥이 이재영(흥국생명)과 이다영(현대건설)도 유쾌한 기싸움을 벌였다. 언니 이재영이 먼저 다섯 글자로 “잘 할 수 있나?”라고 묻자 동생 이다영이 “너네보다 더”라고 말했다. 잠시 당황한 듯한 이재영은 “미안, 이길게”라고 답했다. 2014년 나란히 프로 무대에 발을 디딘 쌍둥이 자매는 올해 2020 도쿄 올림픽 예선뿐 아니라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에 올 시즌을 치르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