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카를로스 페게로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과의 경기에서 8회말 솔로 홈런을 치고 환호하고 있다. 잠실 이석우 기자

 

2019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외인 타자들의 희비가 한 번 더 엇갈렸다. 1차전에서 3안타를 친 키움 제리 샌즈(32)가 무안타에 그쳐 다음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LG 카를로스 페게로(32)에게 판정승을 거뒀다면, 3차전에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홈런을 친 페게로가 결승점으로 연결된 실책을 저지른 샌즈를 상대로 웃었다.

페게로는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준PO 3차전에서 팀이 3-2 근소한 리드를 잡은 8회말 1사에서 잠실구장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렸다. 볼카운트 1-1에서 가운데 낮게 떨어지는 키움 김상수의 시속 125㎞ 포크볼을 걷어올려 비거리 135m 대형홈런을 잠실 우측 외야 관중석 중단에 꽂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PO 1차전 등 첫 2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 3삼진에 그쳤던 페게로는 포스트시즌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하며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KBO리그 9월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될 정도로 정규시즌 막판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였으나, 가을야구 초입에서 겪은 부진 탓에 준PO 2차전 선발라인업에 제외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그러나 특유의 시원한 타구를 다시 선보이며 마음고생을 날렸다.

5전3승제 준PO에서 첫 승을 거뒀으나 여전히 벼랑 끝에 몰린 LG에게도 페게로의 장타는 희소식이다. 적지 않은 득점 기회를 맞고도 장타가 침묵해 빈공에 시달린 LG는 페게로의 장타가 되살아난다면 보다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 준PO 대역전도 노릴 수 있다.

넓게 보면 마무리 고우석의 부활을 돕는 역할도 했다. 고우석은 9회초 등판했으나 1사 2·3루 위기를 맞았는데, 리드가 한 점차였다면 압박이 더욱 심할 수 있었다. 적시타를 맞아도 역전까지는 가지 않는 상황은 페게로의 홈런 덕에 만들어졌고, 고우석은 남은 두 타자를 범타처리해 페게로와 마찬가지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샌즈는 공·수에서 모두 아쉬운 모습을 남겼다. 4타석에서 삼진 2개, 땅볼과 직선타 각각 하나씩을 기록하며 무안타에 그쳤다. 1차전 3타수 3안타 이후 9타석 연속 무안타로 물러났다. 8회초 1사 후에는 LG 바뀐 투수 정우영을 상대로 날카로운 타구를 때렸으나 LG 2루수 정주현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는 아쉬움까지 있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건 2-2로 맞선 7회말 LG에게 결승점을 안긴 수비실책이었다. 선두타자 정주현의 우측 외야쪽 깊숙한 타구가 원바운드로 담장을 맞고 튀어나오자 샌즈는 이를 맨손으로 잡으려 했다. 그러나 타구를 한 번에 잡지 못해 떨어뜨렸고, 2루에 묶어둘 수 있던 타자 주자를 3루까지 보냈다. LG는 오지환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균형을 깼다. 키움 오주원이 이후 두 타자를 땅볼처리했기에, 정주현이 2루에 멈췄다면 실점은 없었을 수도 있었다.

잠실|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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