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오지환이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과의 경기에서 7회말 희생타를 치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잠실 이석우 기자

 

조커. 각종 카드 게임에 쓰이는 카드 중 유독 구분되는 카드가 ‘조커’다. 카드 게임 종류별로 쓰임새는 조금씩 다르지만, 다른 카드들과는 다른 역할을 하는 ‘특별한 존재’인 건 같다.

야구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다 경기 중후반 어떻게든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하는 선수를 때로 ‘조커’라 부른다. 카드처럼 각 팀당 조커가 딱 한 명씩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2019 KBO 준플레이오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조커는 오지환(29·LG)과 박동원(29·키움)이다.

마침 영화 <조커>가 개봉해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LG 김용의는 “팀의 ‘조커’가 되고 싶어 영화 <조커>를 봤다”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오지환과 박동원에겐 일견 영화 속 조커와 닮은 면이 있다. 모든 야구팬들의 사랑을 받는 선수라 보긴 어렵지만, 같은 편에 선 이들로부터는 열띤 지지를 받는 팀 전력의 핵심이다. 오지환은 LG의 주전 유격수, 박동원은 펀치력까지 갖춘 키움의 안방마님이다.

공교롭게 둘은 가을야구를 앞두고 나란히 무릎을 다쳐 조커로 활약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오지환은 지난달 22일 두산전에서 왼무릎 부상을 당했다. 당초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PO 엔트리에는 들었으나, 준PO 2차전까지 3경기에서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난달 24일 광주 KIA전에서 오른무릎 인대 부분 파열 부상을 당한 뒤, 박동원의 포스트시즌 출전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역시 회복에 3주 정도 걸릴 것으로 봤으나, 선수 본인이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 역시 준PO 엔트리에 포함됐다. 2차전에서는 선발 포수로 나섰다. 그러나 수비 도중 다친 부위에 다시 통증을 느끼면서 교체됐다.

둘 다 아직 1회부터 선발출전해 경기를 끝까지 마무리한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가운데, 3차전에서 팀의 조커로서 맞섰다. 공교롭게 둘의 희비는 상반됐다. 오지환이 5회말 대타로 먼저 등장했다. 첫 타석에 볼넷을 얻어 나가더니, 2-2로 맞선 7회말 무사 3루 두번째 타석에서 팀의 결승점으로 연결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쳤다.

박동원도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했다. 9회초 1사 2·3루, 키움이 2-4로 뒤져있었지만 적시타 하나면 동점도 가능한 때였다. 벤치에 대기하던 대타 카드 중 가장 강력한 박동원이 나섰다. 마운드에는 빠른 공이 강점인 LG 마무리 고우석이 있었으나 박동원은 빠른 공에 강했고 고우석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고우석이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 2개를 잡으면서 허를 찔렀고, 박동원은 슬라이더를 받아쳤으나 중견수 정면으로 향하는 직선타를 만들어 아웃됐다. 타구가 빠르고 비거리가 짧아 주자가 홈을 향하지 못했다.

승패를 가른 요인은 많았으나 오지환과 박동원의 조커 대결은 결국 LG의 승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둘의 또다른 대결이 어떻게 펼쳐질지, 혹은 또다른 조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어떻게 돌출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가을야구 남은 관전포인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