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웅빈(왼쪽)과 김혜성. 이석우 기자

 

히어로즈의 자랑 중 하나는 공격과 수비를 두루 갖춘 ‘국가대표급 내야진’이었다. 3루수 김민성(LG)과 유격수 강정호 등 쟁쟁한 선수들이 거쳐갔고, 지난해 말 ‘프리미어 12’에도 유격수 김하성과 1루수 박병호가 대표팀 일원으로 출전했다.

그런 키움에게도 변화를 준비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김하성이 올 시즌 후 해외 진출을 천명했고, 3루수 자원도 줄었다. 내야진의 미래를 대비하는 게 곧 대만에서 시작될 스프링캠프 과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키움은 선수단 본진의 스프링캠프 출발을 사흘 앞둔 지난 28일 내야수 장영석을 KIA로 트레이드했다. 반대급부로 외야수 박준태를 받아들였다. 내야자원이 절대 부족했던 KIA가 손을 내밀었고, 키움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외야자원을 늘렸지만 대신 지난해 이따금씩 주전을 맡았던 내야수 하나를 내줬다.

키움은 일단 올 시즌 외인 테일러 모터가 주로 3루수를 맡을 것으로 보여 당장 장영석의 공백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모터가 타격에서 얼마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느냐다. 모터는 최근 미국 마이너리그에서의 타격 지표가 좋지 않아 한국 무대 활약 여부에 대한 물음표가 붙어있다. 키움은 모터가 0.280대의 타율에 15홈런 정도를 기록해주길 바라지만, 여기에 못미치면 3루수 자리의 주인은 바뀔 수밖에 없다.

그 뒤를 받칠 선수가 김웅빈이다. 지난해에는 장영석과 송성문도 있었지만 장영석이 이적하기에 앞서 송성문은 상무에 입대했다. 김웅빈은 지난해 시즌 말미 상무에서 전역하자 마자 1군 엔트리에 들긴 했지만 아직 풀시즌을 치른 경험이 없다. 김하성이 3루를 맡을 수도 있지만, 빅리그 쇼케이스를 치러야할 올해 유격수 자리를 지켜가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 할 가능성이 크다. 모터가 변수가 되면 김웅빈 외의 대체자들이 얼마나 빈 자리를 메워주느냐가 관건이 된다.

물론 모터가 기대만큼 활약해 자리잡는다면 올해 내야 걱정은 덜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해다. 김하성이 공언한대로 메이저리그로 떠난다면 그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 키움은 주전 유격수였던 강정호를 메이저리그로 보낸 사례가 있다. 그 과정에서도 팀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건 김하성이 대체자로 훌륭하게 자리매김한 덕이 컸다. 김하성은 강정호의 국내 마지막 시즌이던 2014년 60경기에 출전하면서 ‘포스트 강정호’로 자리를 잡아갔다. 이제는 ‘포스트 김하성’을 준비할 때가 됐다.

키움은 2루수로 많은 경기를 뛴 김혜성과 올해 대졸 2년차가 되는 내야수 김주형이 향후 유격수 자리를 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혜성은 2018년 서건창이 부상으로 오랜 공백기를 가졌을 때 2루수 자리를 꿰차며 인상을 남겼지만, 장타력이 떨어지고 수비에서 기복을 보인다는 점이 단점이다. 지난해 말부터 호주리그 질롱 코리아 소속으로 뛰기도 했던 김주형은 수비가 안정적이고 타격도 성장했다는 평가를 들었으나 데뷔 시즌인 지난해 1군 경험이 3경기뿐인게 약점이다. 스프링캠프에서 이들이 경쟁 속에 서로 성장해야 키움의 장기적인 내야 재구성 고민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