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스프링 캠프’ 변화

시즌을 앞둔 ‘팀 빌딩’의 시간인 스프링캠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훈련지를 찾는 게 당연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여러 구단이 모이는 ‘핫’한 곳이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 오키나와가 그랬다. 오키나와를 거쳐간 팀만 7팀에 달했다.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국내 구단들 간의 연습경기에 ‘오키나와 리그’라는 별칭이 붙어 연례행사로 정착되기도 했다.

‘반일’ 여파…2개팀만 오키나와
SK 1차·KIA 미 플로리다 선택
MLB 김광현, 친정 재회 가능성
NC·KT·SK 2차는 애리조나
지난해 이어 ‘투손 전초전’ 관심

그러나 시즌 중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배제 파문으로 자라난 반일 감정이 야구인들의 발길까지 급히 바꿔놨다. 대부분의 구단들은 부랴부랴 새로운 장소를 물색했다. 여기에 류현진(33·토론토)의 자유계약선수(FA) 이적,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의 미국 진출이 성사돼 스프링캠프 지형도가 대폭 바뀌었다. 늦겨울 야구 팬들의 관심이 가장 쏠리는 곳은 이제 미국 플로리다가 됐다.

지난해 플로리다 베로비치에서 1차 캠프를 차렸던 SK가 올해도 같은 곳을 찾기로 한 가운데, 외인 감독 맷 윌리엄스를 영입한 KIA도 오키나와에서 플로리다로 방향을 선회했다. KBO리그 팀은 두 팀뿐이지만, 코리안 빅리거들이 대거 플로리다로 집결하게 됐다.

플로리다를 연고로 둔 탬파베이의 최지만(29)뿐 아니라 류현진과 김광현도 플로리다에서 시즌 준비에 나선다. 류현진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LA 다저스의 애리조나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 시즌 콜로라도 소속이었던 오승환(38)도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렀다. 오승환은 팀 캠프 합류 전 KT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기도 하면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올해는 그 무대가 플로리다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소속인 토론토와 탬파베이는 스프링캠프 때도 세 차례 정도 맞대결을 앞두고 있어 류현진과 최지만의 투타 대결 전초전이 벌어질 수 있다. 김광현이 SK 선수단과 재회하는 그림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SK, NC, KT, 한화와 추신수(38)의 소속팀 텍사스가 캠프를 차리는 애리조나에도 관심이 쏠린다. 1차 캠프를 플로리다에서 치르는 SK를 포함해 NC, KT는 애리조나 투손에서 함께 캠프를 진행하게 돼 잦은 만남이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키움과 NC, KT가 투손에서 총 8번의 연습경기를 했다. 오키나와 리그를 대신할 투손 리그가 성사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한화의 1차 캠프 장소인 피오리아와 텍사스의 서프라이즈가 자동차로 20분 거리인 것도 눈에 띈다.

지난해 LG만이 찾았던 호주에는 두산과 롯데까지 3개 팀이 진을 친다. 다만 두산과 LG는 연습경기보다 개인 훈련이 주가 되는 1차 캠프만 호주에서 치른 뒤 2월 말 일본으로 이동하기에 한국 팀끼리 마주할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단들의 연습경기는 2월 말~3월 초 실전 감각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기에 주로 열린다.

불가피하게 일본에서 캠프를 진행하는 구단도 있다. 두산은 일본 미야자키, LG는 오키나와에서 실전을 치른다. 많은 구단들과 연습경기를 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기에는 여전히 일본이 적합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은 아직 스프링캠프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장기계약한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을 다시 찾는 것이 유력하다. 키움은 지난달 중순 대만 가오슝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KBO 구단 중 홀로 대만 캠프를 차린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