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진해수. 연합뉴스

 

여전히 ‘아섭’이란 이름은 한국에서 생소한 축에 들지만, 야구 팬이라면 손아섭(롯데)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손아섭은 대표적인 개명 성공사례로 통한다.

손아섭만큼 극적인 성공사례는 드물다. 개명 후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경우를 꼽는 게 더 쉽다. 그럼에도 선수들의 개명에 희망을 거는 건, 손아섭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름을 바꿔 전보다 나은 야구 인생을 살아간 사례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 계약을 맺고 최대 3년 14억원에 계약한 진해수(LG)도 대표적인 개명 선수다. 진해수는 상무 복무중이던 2010년 진민호에서 진해수로 이름을 바꿨다. 군 전역 후 좌완 원포인트 투수로 수차례 기용되는 동안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팬들로부터 ‘수소폭탄’이라는 악명까지 들었지만, SK와 LG로 이적하는 동안 필승조 투수로 자리를 잡아갔다. 진해수는 최근 5년간(2015~2019년) 가장 많은 315경기에 등판한 투수가 됐고, 별명도 ‘수도방위사령관’으로 바뀌었다.

KT의 필승 불펜 전유수도 2012년 전승윤에서 이름을 바꿨다. 진해수처럼 넥센에서 SK, KT로 팀을 옮기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그저 그런 투수에서 경기 중후반 리드 상황에서 내보낼만한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선발로 자리매김한 장시환도 2013년 장효훈에서 개명했다. KT와 롯데를 거치는 동안 마무리에서 필승조로, 선발로 보직이 바뀌는 경험을 했지만 지난해 선발 로테이션에 고정되면서 입지를 바꿨다. 지난해 말 한화로 트레이드됐지만 선발로의 가치를 인정받아 이동했다는 평가가 많다.

단기간의 임팩트로만 따지면 김세현(SK)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깜짝 완봉승을 기록하는 등 만년 유망주에서 탈피할 기미를 보였던 그는 김영민에서 개명을 선택했다. 그리고 개명 후 첫 시즌에 36세이브로 구원왕에 오르며 빠른 시일내에 효과를 봤다. 다음 해 바로 성적이 떨어지는 바람에 KIA를 거쳐 올해 SK에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오태곤(KT)은 다소 독특한 사례를 남겼다. 2017년 4월초 개명허가를 받았고 4월18일 개명한 이름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19일부로 롯데에서 KT로 트레이드돼 개명과 동시에 이적을 하게 됐다. 오태곤의 개명 전 이름은 오승택인데, 2011년 한화의 외야수 오승택이 오재필로 개명한 사례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0년대부터 선수들의 모든 개명사례를 집계하고 있다. 2010~2019년 개명 선수가 가장 많았던 팀은 KIA로, 군 복무 중 개명한 선수를 합하면 11명에 이른다. 넥센 때를 포함해 키움이 10명으로 뒤를 잇고, 2015년에 1군에 합류한 KT도 10명이나 개명한 것이 이채롭다. KT에서는 올해만 개명 선수 2명이 더 나왔다. 키움에서는 전유수, 장시환, 김세현 등의 성공사례가 여럿 나오기도 했다. 중간 계투로 오래 뛰다가 지난해 깜짝 마무리로 제몫을 한 오주원(개명 전 오재영)도 있다. 손아섭 이전에도 박종윤(박승종), 문규현(문재화) 등 개명 선수가 많았던 롯데도 2010년대 9명의 개명 선수가 나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