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 신임 키움 감독이 지난해 11월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감독 취임식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다. 연합뉴스

 

투수코치와 해설위원을 역임했던 손혁 키움 감독(47)은 대표적인 투수 전문가로 꼽히는데, 주력 분야로 ‘바이오메카닉 피칭이론’을 꼽을 수 있다. 투수의 투구 동작을 공학적으로 설명하는 이 이론의 대가 중 한명이 손 감독의 스승격인 톰 하우스다. 손 감독은 2000년대 중후반 하우스가 운영하는 피칭 클리닉서 공부하며 투구 이론을 익혔다.

투구폼에 대한 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감독으로는 첫 시즌을 함께 치르게 될 키움 투수들에게 겨우내 내준 숙제도 투구폼과 관련된 것이었다. 하나는 ‘자신의 투구폼에 대해 설명하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투구폼 중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을 써내라고 한 것이다.

이미 최원태와 안우진, 김상수 등 팀내 주요 투수들이 손 감독의 조언을 받아 겨우내 투구폼 수정에 매진하고 있다. 다만 손 감독은 최근 ‘스포츠경향’과의 통화에서 “많은 투수들의 투구폼을 손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투구폼 변화는 선수 개인이 요청해야 시도하는 것”이라며 “본인이 먼저 투구폼 변경 의사를 꺼낸 투수들에게 조언을 건넸고, 이들이 스스로 투구폼을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손 감독은 투구폼 지도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그 중 하나는 ‘선수가 바꿔달라고 이야기하기 전까지 지도자가 먼저 폼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것’. 손 감독은 “요즘 선수들은 유튜브 등을 통해 여러 선수들의 투구폼을 찾아보며 자신에게 맞는 폼을 연구하기도 한다”며 “지도자가 먼저 폼 수정을 요구하면, 선수들은 ‘스스로 좋다고 생각했던 폼’에 대해 미련이 남아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먼저 변화를 요청할 때까지 지도자가 개입을 최소화하는 건 손 감독이 부임하기 전 키움 선수단에서 볼 수 있던 일이다.

손 감독은 “투수 기용 및 지도는 스프링캠프에서 브랜든 나이트, 마정길 코치와 논의하면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키움 투수진의 성장을 이끌었던 기존 투수코치들이 투수 개개인의 성향에 대해 잘 알 것이기 때문이다. ‘투구폼 과제’를 낸 것도 투수 기용 결정권자인 손 감독이 투수들을 더 잘 알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손 감독은 “예컨대 지도자들이 투수에게 ‘팔을 길게 뻗으라’고 가르칠 때, 투수가 ‘나는 이미 충분히 길게 뻗었는데…’라며 의아해할 경우가 있다. 각자 자신의 투구폼을 설명하라고 한 건 이런 소통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취지”라고 했다.

손 감독은 투수들에게 투구폼 과제뿐 아니라 ‘각자 자신있는 구종을 순서대로 적어보라’는 질문도 함께 던졌다. 투수들이 자신의 야구 스타일을 스스로 잘 설명할 수 있어야한다는 생각에서다. 지도자들이 투수들을 잘 아는 것뿐 아니라, 투수가 스스로를 잘 알아야 경기 중 기용도, 약점을 고치고 성장하는 것도 함께 빨라진다는 손 감독의 생각이 과제에 담겼다. 지난해 기대 이상 성장한 불펜 자원들로 포스트시즌 이뤘던 ‘만리장성 불펜’과 최원태-이승호 등 영건들이 빛났던 선발진을 손 감독이 어떻게 다듬어 선보일지 기대가 커진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