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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1월, 프로야구 비활동기간을 준수하자는 이야기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제기됐으나 자리잡는 데는 10년 이상 걸렸다. 반대 의견 중 하나가 비용 문제였다. 저연차·저연봉 선수들이 개인 활동에 드는 비용을 충당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보니 팀 단위 훈련이 불가피하고 이 때문에 비활동기간 준수가 어렵다는 논리가 통했다.

비활동기간 준수를 주장한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최저연봉을 인상하는 등 선수들이 충분한 연봉을 벌어야 한다”고 맞섰다. 노동시간 준수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만큼은 늘어나며 비활동기간 준수도 관철됐다. 구단 차원에서도 트레이닝 및 컨디셔닝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가면서 선수들이 구단 차원의 도움을 받아 비시즌 몸을 만드는 흐름도 어느 정도 정착됐다.

그래도 저연차·저연봉 선수들은 체계적인 몸만들기를 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비용도 문제지만 체계적으로 몸관리한 경험도 많지 않다. 선수협은 기존 저연차·저연봉 선수들의 자율 훈련을 지원한데 이어 이번 오프시즌 보다 큰 장을 열었다.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와 함께 제주 서귀포에서 ‘시즌 중 부상예방과 경기력 향상을 위한 트레이닝 캠프’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올 시즌 LG의 수석 트레이닝코치가 된 김용일 코치를 비롯한 현역 프로야구 선수트레이너 10명이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하기로 했다. 선수들은 별도의 트레이닝 비용 없이 숙식비만 내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2주로 계획된 트레이닝 캠프는 지난 6일 시작됐다. 다만 저연차·저연봉 선수를 대상으로 했다는 취지와 달리 다양한 선수들이 참가했다. FA로 거액을 만져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 장원삼(롯데)과 차우찬(LG)도 캠프에 합류했다. LG의 주전 포수인 유강남, 주전 3루수인 김민성도 서귀포 캠프를 찾았다. 총 30명을 모집하기로 계획했으나, 캠프 시작 시기인 6일 기준으로 절반인 15명이 신청했다.

물론 저연차·저연봉 선수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KIA에 신인으로 입단했던 우완투수 홍원빈, 역시 지난해 입단한 LG 포수 김성진, 지난해 30세의 나이로 1군 데뷔전을 치른 LG 사이드암 류원석 등도 참여했다. KBO리그 선수는 아니지만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 캔자스시티의 마이너리그 루키리그에서 뛰었던 유망주 진우영도 합류해 관심을 끌었다.

각 팀 트레이너들은 스프링캠프에서의 부상을 예방하고, 선수들의 트레이닝 루틴을 만드는 데 중점을 기울이고 있다. 김용일 코치와 함께 시즌을 치르게 될 LG 선수들 위주로 이번 캠프가 꾸려졌지만, 이번 겨울 좋은 성과를 내 리그 전체 구단 선수들도 관심을 기울여 참여하게 될지 주목해 볼 만하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