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리그에서 가장 먼저 180안타 고지를 밟은 건 키움 이정후(21)였다. 지난 6일 고척 삼성전에서 4안타를 몰아쳐 호세 페르난데스(31·두산)를 제치고 최다안타 선두로 뛰어오르더니 8일 광주 KIA전에서 다시 4안타를 보탰다. 9일 현재 정확히 180안타를 채워 안타 2위 페르난데스(176안타)와의 격차는 4개로 벌어졌다.
물론 최다안타왕 등극 가능성은 여전히 페르난데스쪽이 높다. 두산의 잔여경기는 17경기로 키움(10경기)보다 많다. 잔여경기수 차이(7경기)가 둘 사이의 안타 차이(4개)보다 더 많다. 하지만 이정후의 최근 무서운 페이스가 최다안타왕 등극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 페이스는 5년 전 시즌 최다 안타(201개) 기록을 달성한 팀 선배 서건창(30)에 비할만 하다.
서건창은 2014년 8월26일까지 팀이 치른 105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148안타를 기록중이었다. 당시 시즌 전경기(128경기)를 같은 페이스로 소화하면 180개로 시즌을 마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러나 다음날부터의 페이스가 경이로웠다. 남은 23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 2안타 이상 경기가 15개에 이르렀다. 이 기간 안타수는 43개로, 경기당 1.87개꼴이었다. 9~10월만 한정해도 18경기 31안타, 경기당 1.72개꼴로 안타를 쳤다. 당시 9월 중순 인천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거친 뒤 페이스가 오히려 올랐다.
올해 이정후의 8월 이후 페이스도 그에 못지 않다. 31경기에서 51안타를 쳐, 경기당 1.64개의 페이스다. 7월까지 99경기에 출전해 129안타를 쳐, 경기당 1.30개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페이스가 눈에 띄게 올랐다. 9월 들어서는 6경기에서 14안타를 몰아쳤다. 비록 표본이 작긴 하지만 경기당 2.33안타는 2014시즌 말 서건창에 비견된다.
만약 이정후가 키움의 잔여 10경기에서 경기당 2안타를 기록한다면 정확히 200안타를 채우게 된다. 다만 거의 매 경기 멀티안타를 쳐야 달성할 수 있기에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쉬운 목표는 아니다. 그러나 이정후가 8월 이후의 ‘경기당 1.64안타’ 페이스만 남은 경기에서 유지해도 196안타로 역대 시즌 최다안타 2위 기록과 타이를 이룬다. 이 기록은 25년전, 다름 아닌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당시 해태)이 세운 것이다. 페이스를 5년 전 서건창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면 아버지의 기록을 넘어선다.
소속팀 키움이 두산과 치열한 2위 싸움중이라는 점도 이정후의 안타 생산을 이끌어낼만한 요인이다. 키움은 9일 현재 2위 두산에 승차없이 승률에서 뒤진 3위다. 정규시즌 막바지인 9월말까지 2위 다툼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정후가 제리 샌즈, 박병호, 김하성 등 키움이 자랑하는 장타자들 사이에서 더 많은 안타를 생산할 수록 키움이 더 많은 득점과 많은 승리를 챙길 수 있다. 이정후도 그 점을 이미 잘 알고 있는데다, ‘남은 경기가 적기 때문에 최다안타 경쟁에서 추격자의 자세로 부담없이 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어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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