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혁신 동인 줄지 않을 것”
R&D 예산 삭감 정당성도 강조
한덕수 국무총리가 7일 더불어민주당의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요구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현재 예산은 재정 건전성 기조에 맞춰야 한다며 “정부와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이날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총리는 조금도 추경 생각이 없나”라고 묻자 “동의하기 어렵다. 지금 세수가 적자가 나고 있는 판에 우리가 또 추경을 통해 추가적인 지출을 더한다면 적자는 더 커질 것”이라고 답했다.
박 의원은 포스트코로나 국면에서 경제 회복 차원의 재정지출 확대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일본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주요 선진국들이 코로나 기간 동안에 엄청난 재정 지출을 통해 지금의 경기회복의 밑바탕을 이룩했다”며 “(2021년) 미국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25.5% 재정지출을 했고 일본은 16.7%, 독일, 영국은 말할 것도 없다. 대한민국에선 그렇게 재정파탄이니 재정 건전성을 해치느니 하는 비난을 했지만 불과 6.4%의 지출에 불과했다. 미국은 내년 회계연도에도 무려 재정지출의 증가율이 8%포인트”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우리나라는 재정 위기에 있다”며 “코로나가 났을 때 모든 나라가 재정지출을 늘린 건 맞지만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그다음 해부터는 재정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재정 건전성 위주의 예산 편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에 400조원 이상의 부채가 늘어나면서 국가 부채가 지금 (GDP 대비) 50%에 달하고 있다”며 “우리는 결국 재정이나 금융 측면에서 확장적 정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나 우리 국민이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이 되도록 정책을 방향을 끌고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박 의원은 “내년도 예산에서 (R&D 예산이) 무려 16.2%, 5조2000억원이 깎였다”며 “기초 연구자들, 이공계 학생들, 비정규직 연구자들이 모두 다 현장을 떠나야 되는 상황이다. 총리께서 생각하는 미래세대, 청년세대는 R&D 예산에 관해서는 예외인가”라고 물었다.
한 총리는 “(R&D 예산이) 10% 줄었지만 우리의 전체적인 기술력과 혁신의 동인은 결코 줄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 몇 년 동안 R&D 예산을 급속하게 늘리시면서 프로젝트 숫자가 거의 몇천 개에 이르렀다. 이것은 R&D가 아니다. 단순히 다 성공해 놓은 프로젝트를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과학기술기본법을 보면 예산배분계획에 따라 6월30일에 (예산요구서를) 결정을 하는 것인데 6월28일에 대통령이 말 한마디 하니까 그동안에 밟았던 모든 절차가 다 무력화됐다. 대통령 혹은 과기부 장관이나 총리가 과학기술기본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성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은 “먼저 과기부 차관으로서 부처에서 대통령께서 지시하신 내용을 제때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사과드린다”며 “이미 작년 11월30일에 국가 과학기술 원로와의 오찬에서 대통령이 그(R&D 예산) 지적을 받으셔서 ‘원로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잘 받아서 과기부 장관이 R&D 혁신을 하라’고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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