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CJB컨벤션센터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충북·세종 민주당 순회 경선’이 치러지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김두관, 이낙연, 박용진, 추미애 후보. 청주 연합뉴스

 

중원에서의 일전을 마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시선을 태백·소백산맥으로 돌리고 있다. 오는 11일 대구·경북 지역, 12일 강원지역 순회 경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두 곳의 여론이 12일 발표되는 1차 국민선거인단 64만여명의 표심까지 좌우할 수 있는 만큼 후보들은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지역 행보에 일제히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6일 강원 원주시청에서 강원 공약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강원도 평화특별자치도화,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지역 공약을 발표했다. 이 지사는 “아버님은 삼척의 도계광산에서 일하셨고, 큰 형님 가족은 지금도 황지 태백에 살고 계신다”며 강원 지역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이 지사는 전날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대구·경북지역 미래형 자동차·로봇산업 육성 등 지역맞춤 공약을 공개하며 “부모들 조상이 다 묻힌 곳이 이곳이고, 제가 묻힐 자리도 봉화 선산에 정해뒀다”는 말로 자신이 경북 출신임을 강조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대구·경북 메가시티를 한국의 신 제조업 수도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오후에는 예정에 없던 강원 지역 공약까지 꺼내며 “평화의 댐을 활용해 설악산~금강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에는 강원 강릉시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상인연합회 사람들을 만나고 강릉 중앙시장을 방문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자가격리 중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첨단 벤처타운 설립 등 대구·경북지역 공약 발표와 함께 대구 동구, 경북 고령·성주 지역민들과의 비대면 간담회를 열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경북 구미·포항 지역 당원들과, 박용진 의원은 강원 강릉지역 당원들과 각각 만나는 등 지역 밀착 행보를 했다.

대구·경북 및 강원지역 순회경선의 권리당원·대의원 예상 선거인원은 총 3만2000여명으로, 대전·충남지역(약 5만2000여명)의 60% 수준이다. 하지만 대구·경북(7~11일)과 강원(8~12일)지역의 투표 일정은 지난 7월5~11일 모집한 1차 국민선거인단 64만여명의 투표 일정과 겹친다. 특히 대구·경북 대의원·권리당원 결과는 11일에 발표되는데, 이는 12일까지 진행되는 국민선거인단의 표심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 지사가 충청 지역 순회경선과 마찬가지로 대구·경북에서도 과반 이상 득표해 대세론을 이어간다면 국민선거인단의 표심도 이 지사에게 기울 가능성이 커진다. 이 지사 캠프 공동 총괄본부장인 조정식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1차 국민선거인단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이번주) ‘1차 슈퍼위크’가 전체 판세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라며 “대구·경북은 이 지사의 본선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큰 지역이고, 강원에서도 과반 득표 승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하루라도 빨리 민주당 후보를 확정짓고 더 빨리 단결해 본선에서 원팀이 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대구·경북, 강원 지역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역전이 어려워진다. 반대로 의미있는 결과를 얻어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다면, 추석 연휴인 오는 25~26일 이 전 대표의 연고지이자 예상 선거인원이 20만명에 달하는 호남지역 경선에서 반전을 노려볼 수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공개 일정을 대거 취소하고 전략 수립에 힘을 쏟았다. 이 전 대표 캠프 선거대책위원장 설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표가 전략을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들도 선거 레이스에서 불명예스럽게 탈락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