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했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 인근에서 지난달 30일 오전 도로 침하가 발견돼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지난달 29일 땅 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한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 인근 지하 매설물 전수조사를 이달 내에 실시한다. 이달부터 30년 넘은 모든 하수관로를 정밀 조사하고, 준공된 지 1년 이내의 공사장에도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월 1회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연희동 싱크홀과 유사한 사고 재발을 막고 기존 점검의 사각지대롤 해소하기 위한 ‘지반침하 사전 예방을 위한 개선안’을 마련해 추진한다고 4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과 30일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싱크홀과 지반 침하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7~8월 집중호우와 폭염으로 지하수 수위가 오르고 토사가 유실됐을 가능성, 성산로가 궁동공원과 경의선 철도 사이에 있는 경사지라 지하수 등이 수위 변화 속에 빠르게 흘렀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지역이 기존 지형에 흙을 덮고 도로를 만든 매립층이라 지반이 상대적으로 불안하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근처에서 2021년부터 진행 중인 ‘사천 빗물펌프장’ 공사 탓에 지하수가 흘렀을 가능성도 있다.

정성국 서울시 도로기획관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싱크홀에서 폐하수관이 지나는 것, 폐하수관 절반 정도는 토사가 쌓여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오랜시간 토사가 폐하수관에 쌓여 지반이 약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더욱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공사 구역 내에 진동계와 지하수위계를 설치하고, 지반 시추를 통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싱크홀처럼 복합적인 요인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성산로 연희나들목~사천교 구간을 특별 점검 대상 지역으로 지정하고, 지하 매설물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서울시에서 2015년부터 올해 9월1일까지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222건 중 절반인 111건은 하수관로, 31건(14.0%)은 상수관로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하수도관 및 도시가스·통신관에 문제가 있는지를 관계기관 합동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인근 사천 빗물펌프장도 주2회 공사 관계가 하는 육안점검을 비롯해 특별점검하기로 했다. 공사장 인근 성산로 일대도 월 1회 GPR 탐사를 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2040년까지 30년 넘은 상수관로 3074㎞도 차례대로 정비하기로 했다. 이달부터는 30년 넘은 모든 하수관로를 폐쇄회로(CC)TV가 달린 내시경 카메라로 정밀 조사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상수관로 중 36.0%가, 하수관로 중 55.6%가 30년 이상 된 것이다.

굴착 공사장에 최초 1회와 필요시에 하던 GPR 탐사 시점을 ‘월 1회’로 늘리기로 했다. 준공된 지 1년 이내 공사장까지 탐사 범위도 넓혔다. 올해 기준 공사장 200곳이 대상이다.

GPR 탐사 정확도도 높이기로 했다. 현재 GPR 탐사로는 지하 2m까지는 80~90% 정확도로 지하 공동(땅속 빈 구멍)을 찾을 수 있다. 정 기획관은 “민간에는 더 깊은 지하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안다”며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GPR 전문인력과 탐사 차량을 추가하고, 현재 개발 중인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올해 말까지 완성하기로 했다. 도로뿐 아니라 공원, 주택가 등의 지반 안전성을 관리할 수 있는 ‘지반침하 안전망’ 시스템 설치에 대한 타당성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