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27일 프로야구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올해 입던 회색 원정 유니폼 대신 붉은 상의·흰색 하의를 챙겨왔다. 지난 25일 문학 삼성전에서 입었던 바로 그 유니폼이었다.
6연패를 당하며 선두 자리를 뺏길 위기에 놓였던 SK는 이 유니폼을 입고 1-0 승리를 거뒀다. 2000년대 중반 왕조를 구축하던 시절의 원정 유니폼과도 닮았다. SK 선수단은 그날 긴 연패를 끊고 왕조의 추억을 불러일으킨 붉은 상의 유니폼을 정규시즌 끝까지 입기로 했다.
붉은 유니폼의 힘이었을까. 이날 경기 전까지 2위 두산에 반경기차까지 쫓겼던 SK는 6회초 몰아낸 3점을 잘 지켜 삼성을 4-0으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시즌 86승(54패1무)째를 거둔 SK는 2위 두산(85승55패1무)와의 거리를 한경기차로 조금 벌렸다. 여전히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야 자력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이날 졌다면 자력우승의 키를 두산에 넘겨줄뻔 했기에 SK의 이날 승리는 값졌다.
삼성 선발 정인욱은 시즌 막판에 들어서 처음 얻은 선발 기회에서 예상밖으로 SK 타선을 잘 봉쇄했다. SK는 5회까지 3안타·3볼넷을 얻어내고도 한 점도 뽑지 못한 채 끌려갔다. 그러나 정인욱의 투구수가 90개에 육박한 6회초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다. 선두타자로 나선 4번 정의윤이 중전안타를 치자, SK는 4번타자를 대주자 채현우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이어진 볼넷으로 무사 1·2루가 되자, 이재원이 삼성 바뀐 투수 최지광을 상대로 희생번트를 쳐 1사 2·3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베테랑 김강민이 우익수 희생 뜬공을 쳐 선취 결승점을 뽑았다. SK는 최지광이 흔들린 사이 최항과 김성현의 연속 2루타로 두 점을 더 달아나 3-0을 만들었다.
최근 불안한 모습으로 우려를 자아냈던 SK 외인 투수 헨리 소사는 6이닝을 3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 도중 비가 내려 20여분간 경기가 지연되는 와중에도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고 8월3일 대전 한화전 이후 처음으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다.
소사의 호투를 도운 일등공신은 중견수 김강민이었다. 김강민은 4회말 소사가 선두타자 맥 윌리엄슨을 우전안타로 내보낸 뒤, 다음 타자 구자욱의 중견수 앞 타구를 슬라이딩해 잡아냈다. 소사는 다린 러프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어렵지 않게 끝냈다. 6회말 소사가 박계범을 유격수 안타로 출루시키자. 김강민은 이번엔 자신의 머리 위를 넘어가려는 김도환의 타구를 워닝트랙 앞까지 달려가 잡아내 추가 진루를 막았다.
김강민은 SK 왕조 시절의 주역이자,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하며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선수다. 여기에 또다른 왕조 때의 주역 최정은 9회초 승부에 쐐기를 박는 시즌 29호 솔로홈런을 더했다. 가을에 강하기로 유명했음에도 올 가을 유독 맥을 못췄던 SK가, 달콤했던 승리의 기억을 하나씩 되살린 끝에 열띤 순위싸움 도중 한숨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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