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KBO리그 광주 키움-KIA전. 여느 때처럼 베스트 멤버로 라인업을 짠 키움과 달리 KIA 선발 타순에는 올해 자주 보지 못했던 이름들이 여럿 포진했다. 선발투수 무게감도 달랐다. 키움은 왼손 에이스 에릭 요키시를 낸 반면 KIA는 올해 중간계투로만 나선 이준영에게 첫 선발등판 기회를 줬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키움은 선발 이준영을 비롯해 KIA가 올해 발굴해낸 젊은 계투진에게 타선이 꽁꽁 묶였다. 오히려 KIA 유민상이 키움 믿을맨 조상우를 두들겨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홈런을 터뜨렸고, KIA는 5-0 승리를 거뒀다. 키움은 같은 날 SK와 두산이 나란히 승수를 추가하지 못해 선두싸움에서 크게 미끄리지지 않은 데 가슴을 쓸어내린 정도였다.
키움은 리그 흐름이 ‘투고타저’로 바뀐 동안에도 위력적인 타선을 뽐내고 있다. 25일 현재 팀 타율 1위(0.283)에 올라있을 뿐 아니라 면면도 화려하다. 홈런(박병호)과 타점(제리 샌즈), 득점(김하성)과 최다안타(이정후) 등 타격 전 부문 최상단에 소속 선수들이 고루 이름을 올렸다.
제이크 브리검-에릭 요키시-최원태가 이끄는 선발진에 김상수-한현희-조상우-오주원 등이 포진한 불펜진이 잘 어우러져 SK·두산 등 선두권 팀들을 연파하고 1위 자리도 바라보게 됐다. 그러나 어려울 것 같은 경기를 잘 치르고 나서도 쉬워보이는 상대에게 이따금씩 덜미를 잡혔다. 8월부터의 경기만 따져보면, 키움은 두산과 SK에 각각 3승1패를 거뒀으나 8위 삼성에는 2승2패로 호각세를 이뤘다. 9위 한화와의 전적은 1승4패로 오히려 밀린다. 6위 KT에게도 1승4패였다.
지난 8월27~28일 한화 청주와의 2연전이 단적인 예다. 첫날 키움은 15-0 대승을 거뒀다. 박병호의 4홈런이 승리의 가장 큰 요인이었지만 키움 타자들도 17안타를 합작했다. 그러나 다음날 키움은 전날의 기세를 잃고 1-2로 졌다. 당시 시즌 두번째 선발등판한 한화 김진영에게 5.1이닝 1실점으로 막혔다.
비슷한 경기가 몇번 더 있었다. 지난 5일 고척 삼성전에선 백정현에게 6.2이닝 무실점으로 봉쇄당한 끝에 0-4로 졌다. 지난 8월24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안타를 9개 치고서도 1점 밖에 못내서 1-2로 패했다. 2회부터 8회까지 매회 주자가 출루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지난 1일 창원 NC전 최원태를 앞세워 승리를 노렸으나 최성영에게 막혀 2-4로 졌다. 17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채드벨에게 7회 2사까지 퍼펙트로 끌려다녔다.
아직 선두의 꿈을 버리기에는 이르지만, 타선의 기복을 최소화해 하위권 팀들에게 더 많은 승리를 거뒀으면 키움의 순위 싸움은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당장 27~28일 예정된 롯데와의 사직 2연전에서 다시 타격감을 끌어올려야 한다. 또 타선의 기복이 포스트시즌에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숙제도 남았다. 타선은 흐름에 따라 득점력이 요동치게 마련이지만 결국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이를 줄여야 한다. 키움의 마운드가 여느 때보다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다른 선두권 팀들의 마운드는 그에 못지 않게 안정적이라 키움이 크게 우위에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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