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제국 쇠망사

헨리 지 지음 | 조은영 옮김 까치 | 320쪽 | 1만9800원

‘흥망사’도 아니고 ‘쇠망사’다. 이 책이 이름을 따온 <로마제국 쇠망사>가 이미 멸망한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을 후대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이 탐구한 것이라면, 이 책은 ‘인류는 어차피 멸종하고, 지금까지는 용케 그 시기를 늦춰왔다’는 생각을 저자가 논증한다.

지구를 지배하던 종은 한때는 공룡이었고 지금은 인간이다. 공룡이 갑자기 사라진 것 같은 결말을 인간 또한 맞이할 수 있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에 존재하던 대형동물뿐 아니라 다른 인간종도 깡그리 처치했다”며 “호모 사피엔스의 쇠퇴가 기록되는 시점이 바로 이 지점”이라고 했다. 현생 인류는 유전적으로 균일하며, 유전적으로 동일한 작물을 먹고 살면서 침팬지보다도 병에 더 잘 걸리는 몸이 됐다.

인류는 기후위기와 인구 감소에도 직면하고 있다. 예전만큼의 경제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인류가 출산을 늘리기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지역을 불문하고 현대 남성의 정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아직 출산율이 높은 아프리카는 기후위기로 점차 더워져 인간이 살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 저자는 “기후변화는 호모 사피엔스에게 실존적인 위협을 가한다”며 “인구 감소를 예측하는 어떤 전망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대책으로 ‘우주 식민지 개척’을 “1~2세기 안에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당장 현실화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종이 가능한 최초의 동력 비행기에서 최초의 달 착륙까지 걸린 시간(66년)은 한 인간의 수명보다 짧았다”고 한다. 현상을 유지하면 인류는 1만년 이내에 멸종하겠지만, 우주로 나아가기 위해 기술을 발전시킨다면 수백만년도 살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내놓는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