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토지 강제수용’ 반대 시위, 홍천 작은촛불교회 박성율 목사
“사업 추진 절차에 문제가 있었는데도 골프장 건립에 필요하다며 강제수용한 민간 토지가 많습니다.”
강원 홍천군 작은촛불교회에서 목회를 하는 박성율 목사(54)는 일주일에 두어 번 서울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목사이자 환경운동가다.
특히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반대 운동으로 유명하다. 2015년 8월10일 케이블카 설치에 반대한다며 설악산을 오체투지로 오를 때도, 지난해 1월 원주지방환경청 청사 현관 지붕 위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일 때도 그가 있었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논란은 지난해 12월28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사업불가 결정을 내리면서 일단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박 목사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토지 강제수용 문제 때문에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지난 6월부터 벌여오고 있다.
지난 2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만난 박 목사는 자신을 “장로 아버지 밑에서 모태신앙을 갖고 자란 ‘범생이’ 스타일의 목사였다”고 소개했다. 1980년대 감리교신학대에서 공부할 때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소식을 전해듣고 ‘가장 아프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목회’를 꿈꾸고 농촌 목회를 시작했다고 한다. 박 목사는 졸업 후 경기 여주군 등의 농촌 교회에서 일했다. 하지만 환경·생태 운동을 후원했을 뿐 직접 운동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다고 한다.
상황은 2008년 바뀌었다. 한 신학교에서 잠시 근무하던 박 목사는 고향인 홍천에 낙향해 농촌 목회를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옹기장이었던 부친이 개발한 구운 소금을 팔면 후원 없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돌아온 고향에 골프장이 들어서고, 농민들의 반대에도 사유지가 수용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박 목사는 “그해 이명박 정부가 강원도에만 약 40개의 골프장 허가를 내주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 사실은 나중에 들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박 목사도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 그는 “정의, 평화, 생명에 가치를 두고 살겠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토지 수용으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을 돕는 삶이 원칙을 지키는 삶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회를 몇 번만 열면 1년 안에 문제가 해결될 것 같았다고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골프장 개발 인허가를 내주면서 당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던 골프장 부지에서 나무를 몇 그루 벌목해 고의로 자연도 등급을 낮춘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주민 인감도장을 다 모으고 있던 마을 이장이 주민 동의서에 일괄적으로 도장을 찍어준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공무원이나 재판부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싸움이 길어지면서 연대가 필요했다. 박 목사는 강원생명평화기도회에 참여했고, 활동 범위를 홍천군 내 골프장에서 강원도 내 골프장, 설악산 케이블카 등 도내 전체로 넓혔다. 그는 “자본의 요구를 정권이 규제 완화를 통해 들어주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과 지역 생태계가 피해를 입는다는 게 닮았다”며 “문제별로 따로 대응하자니 지역 단위가 작고 인구수도 적어서 연대투쟁을 해야만 했다”고 했다.
어려움도 겪었다. 형편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도내 여러 지역에서 환경운동을 하다 보니 차량 기름값을 부담하기도 쉽지 않았다. 지난해 4월에는 비박 농성 도중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싸움이 힘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박 목사는 “비폭력적으로,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것은 시민의 정당한 권리”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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