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중앙대서 ‘기후변화’ 특강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우리는 주변 사람들이 ‘안된다(No)’고 말하는 걸 듣게 됩니다. 노예 해방, 여권 신장, 성소수자 인권 운동이 초기에 저항에 부딪혔던 것처럼요. 하지만 계속 ‘된다(Yes)’고 한다면 기후변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69)이 1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 서울캠퍼스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는 주장에 젊은이들이 함께 맞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 ‘안된다’는 말이 계속 나오다 보면 ‘된다’는 답이 나오기 마련(After the final ‘no’ there comes ‘yes’)”이라는 미국 문학가 월러스 스티븐스의 시구를 인용하며 “기후변화를 막고자 하는 저항은 생각보다 오래 이어졌지만, 더 오랫동안 계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어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뒤 2000년 미 대선에서 낙선했다. 이후 환경운동가로 기후변화 방지에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중앙대는 개교 10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특강을 마련했다. 380석이 넘는 강의실에는 사전 신청한 학생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사회자가 고어가 대선에서 더 많은 표를 받고도 선거인단 숫자에 밀려 낙선한 점을 두고 ‘거의(Almost) 대통령’이라 소개하자 고어가 우는 시늉을 하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고어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세 가지 질문으로 ‘우리는 바뀌어야 하는가’ ‘우리는 바뀔 수 있는가’ ‘우리는 바뀔 것인가’를 제시하며 강연을 했다. 그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지구에서 대기로 24시간 동안 방출되는 오염물질은 1억t에 이른다”며 “이것들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지구가 가장 더웠던 해는 매년 경신됐다”고 말했다. 고어는 2013년 필리핀을 강타했던 슈퍼태풍 하이옌, 2012년 미국 동부에 왔던 허리케인 샌디를 기후변화의 폐해로 들며 “지구의 온도가 4도 오르면 해수면이 상승해 전 세계 저지대 거주민 400만명이 살 곳을 잃는다”고도 덧붙였다.
기후변화 방지의 가능성을 묻는 ‘우리는 바뀔 수 있는가’란 질문에 고어는 기술의 발전을 들며 “휴대전화가 발전하면서 대중화됐듯 태양광 패널도 빠르게 보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지역에서는 석유나 가스로 얻는 전기보다 태양광·수력으로 얻는 에너지가 더 싸다”며 “화석연료 회사들이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고어는 지난달 9일 트럼프를 만나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와 파리협정을 준수해야 하는 이유를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트럼프의 결정을 “잘못된 결정”으로 평가하며 “탈퇴 결정과 관계없이 미국의 각 도시와 대기업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어는 학생들이 기후변화를 막는 데 동참해줄 것을 강조하며 “젊은이들이 해결책들을 내놓는 것을 많이 봤으며, 시민혁명 때도 많은 젊은이들이 동참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어릴 적 경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고어는 “13세 때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0년 뒤에 사람을 달에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며 “당시 돈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로부터 8년2개월 만에 닐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달 착륙 과정에 참여한 미 항공우주국(NASA) 관제소 엔지니어들의 평균 연령이 26세였다”며 “이들이 18세 때 케네디의 연설을 듣고 ‘달에 착륙할 수 있다’고 마음먹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어는 “6~7년 전까지만 해도 동성결혼이 ‘현실화됐으면 하고 바랐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지금은 내 손주들도 동성결혼을 어려운 일이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하는 습관이나 편견은 나이를 먹을수록 굳어진다”며 “신선한 시각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많이 알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더 많은 것들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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