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선두싸움의 여러 변수 중에 요즘 떠오른 것이 한화 외인 왼손투수 채드벨(30)이다. 8월 이후 리그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한 채드벨이 정규시즌 막판 두산과 SK중 어느 팀을 상대로 등판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21~22일 예정됐던 대전 SK-한화 2연전이 우천취소된 게 발단이었다. 한화는 채드벨을 23일 잠실 LG전에 이어 당초 정규시즌 최종전으로 예정됐던 28일 잠실 두산전에 낼 계획을 잡았다. 그러나 예비일이 없던 SK와의 2연전이 취소됐고, 이르면 29일부터 두 경기를 치르는 상황에 놓였다.
한화의 고민은 이때 시작됐다. 보통 리그 선발투수들은 5일 휴식하고 선발등판하지만, 5인 로테이션을 운영하는 팀이 주간 6연전 첫 날인 화요일에 선발등판한 투수를 4일 휴식 뒤 일요일에 등판하는 패턴도 특별하지는 않다. 그런데 23일과 28일 사이 한화에는 NC와의 2경기만 있고, 외인 선발 파트너 워윅 서폴드 외에 김이환, 김진영 등 등판가능한 선발투수들이 몇 더 있다. 정규시즌 최종전이 뒤로 밀린 상황에서, 채드벨의 28일 등판을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다.
채드벨의 등판 일정이 선두다툼 중인 두산과 SK가 촉각을 곤두세울만할 정도로 최근 채드벨의 기세는 좋다. 채드벨이 올 시즌 두산전 3경기 2승 평균자책 1.69, SK전 2경기 1패 평균자책 0.63으로 강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거니와, 8월 이후 상승세가 뚜렷하다. 채드벨은 8~9월 등판한 7경기에서 6승무패, 평균자책 1.51을 기록중이다. 이 기간 다승은 LG 차우찬, KT 배제성과 함께 공동 1위고, 평균자책은 양현종(KIA·0.81)에 이은 2위다.
8~9월 선발 7경기 중 두 번은 4실점하긴 했으나, 나머지 5경기는 모두 무실점으로 끝냈다. 5일 창원 NC전, 17일 대전 키움전 등 순위싸움에 갈길 바쁜 팀들을 상대로 8이닝 무실점하며 위력을 뽐냈다. 키움전에서 7회 2사까지 퍼펙트 행진을 이어간데 이어, 23일에도 4위를 하루라도 빨리 확정하고픈 LG를 7이닝 4안타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8월들어 체인지업 구속을 전보다 줄이고, 슬라이더보다 커브의 비중을 높이면서 채드벨은 한단계 높은 수준의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좌타자들의 바깥쪽을 공략하는 데 슬라이더 대신 쓰이는 커브가 보다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 두산과 SK는 채드벨의 바뀐 패턴을 공략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공교롭게 두산과 SK는 올 시즌 좌완 선발 투수를 상대할 때 타선이 맥을 못췄다. 좌완 선발 상대시 팀 타율이 두산은 0.249, SK는 0.242로 각각 9위와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본인의 의사를 물어 결정하겠다”고 했다. 채드벨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감독의 선택도 고민스러워졌다. 다만 분명한 건 채드벨을 맞닥뜨리는 상대팀이 어디가 됐든 한화 못지 않은 고민을 안게되리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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