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대 두산 경기. 1회초 무사 1, 2루 이형종 2루타 때 2루주자 오지환이 홈에서 아웃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KBO리그 두산과 LG의 맞대결은 ‘잠실 라이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LG가 두산과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겨우 잡으면서 시즌 전패를 모면했으나 두산이 15승1패로 크게 앞섰다.

두산은 LG를 비롯해 하위권 팀들에 상대전적 우위를 보이며 일찌감치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반면 LG는 두산에 밀려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두산에 두번만 더 이겼더라면 포스트시즌 진출도 가능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23일 현재, 두산의 올 시즌 KBO리그 LG 상대전적은 9승6패다. 남은 한 경기를 내줘도 2016년 이후 4년 연속 LG전 우위를 이어가게 된다. 8~9월 상승세를 타 선두 SK를 위협하는 두산이 정규시즌 성적에서도 LG에 앞선다.

그러나 두산이 9월에 만난 LG를 떠올리면 웃음보다 씁쓸함이 앞설지도 모르겠다. LG가 9월들어 잇달아 선두다툼에 바쁜 두산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두산은 9월들어 매주 LG와 딱 한경기씩 치르고 있다. 8일과 15일, 그리고 22일. 정확히 7일 간격으로, 매주 일요일마다 만났다. 그런데 3경기를 다 졌다. 매 경기가 정규시즌 순위와 포스트시즌 순위를 결정짓는 시점이라 패배는 더욱 뼈아팠다.

8일 경기에서는 이용찬이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졌으나 LG 선발 케이시 켈리가 6이닝 1실점으로 선발 맞대결 판정승을 거뒀고, 두산 타선이 LG 불펜을 공략하지 못하며 1-2로 패했다. 박건우가 허리 부상으로 엔트리에 빠졌고, 옆구리 부상 공백 후 복귀한 김재환이 대타로 나설 수밖에 없어 타선의 힘이 모자랐다.

15일에는 4-10으로 패했다. 두산은 당초 이날 선발등판 예정이던 세스 후랭코프가 컨디션이 좋지 않다며 등판을 걸러 부랴부랴 대체 선발로 최원준을 투입했다. 최원준이 4이닝 2실점으로 제 몫을 했으나 5회부터 투입된 불펜이 흔들려 연거푸 실점했다.

22일 패배는 아쉬움이 더 컸다. 두산은 이날 선발로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을 냈다. 선두 SK와의 승차를 1경기까지 좁힌 상황에서 에이스를 앞세워 선두 추격의 고삐를 당기려 했다. 두산 타선이 LG 선발 차우찬에게 막혀 8회초까지 0-3으로 뒤져 패색이 짙었으나, 뒤늦게 힘을내 LG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3-3 동점을 만들며 승리 의지를 더 불태웠다.

그러나 10회초, LG 카를로스 페게로에게 3점홈런 일격을 허용하며 두산은 결국 3-6으로 패했다. 이날 한화와의 더블헤더가 비로 취소된 선두 SK는 가만히 앉아서 매직넘버를 하나 줄였다.

두산은 9월 앞선 두번의 LG전에서 패하고도 금방 상승세를 되찾아 SK의 뒤를 쫓았지만, 이번에도 충격을 극복할 수 있을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5연패에 빠진 SK가 연이틀 내린 비 덕에 휴식을 취하고 부진 탈출의 계기를 맞은데다, 여전히 자력우승의 가능성은 SK가 쥐고 있기에 두산은 하루빨리 팀을 추스려야 한다.

만약 SK의 약세가 계속되고 두산도 뒤처지지 않는다면, 두산은 또다시 순위 결정의 기로에서 LG와 맞설 수 있다. 지난 7일 예정됐다가 태풍 링링 때문에 순연된 양 팀간의 맞대결은 예비일이 없어 현재 편성되지 않았다. 이르면 29일 두 팀의 시즌 최종전이 열리는데, SK도 한화와의 2경기를 이때쯤 치러야 한다. 이 상황에서 두산이 LG에 발목이 한 번 더 잡히면 치명적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