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유토피아
크리스틴 R. 고드시 지음 | 성원 옮김
사람in | 488쪽 | 2만6000원

‘유토피아’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면 ‘이상향’과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라는 뜻이 공존한다. 인류학자인 저자는 “(두) 표현을 동의어처럼 사용하는 세태에 맞서고 싶다”고 했다. 오랜 시간 세계 여러 곳에서 벌어진 유토피아 실험은 결과가 실패로 끝났을지라도 현대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공동 주거와 공동 양육, 공동 교육, 재산 공유부터 일부일처제의 대안이 될 만한 가족 제도까지, 현대사회 표준처럼 자리 잡은 재산의 사적 소유·핵가족 틀 아래 벌어지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다양한 유토피아 실험에서 찾아본다.
미국 남동부 공동체 주거단지를 대상으로 진행된 2010년의 한 연구에선, 공동체 주거단지 여성이 가사노동에 들인 시간이 파트너에 비해 적다는 점을 발견했다. 자녀 양육이나 식사 준비 등 일부 가사노동을 공동체가 함께하며 ‘규모의 경제’가 창출된 것이다.
공동 양육의 필요성은 기원전 375년 플라톤도 제기한 적이 있다. “그 어떤 부모도 누가 자기 자식인지, 그 어떤 아이도 자기 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양육을 주장했다. 이는 19세기 <공산당 선언>에도 ‘가족 해체’처럼 보일 수 있다며 미처 싣지 못한 급진적 아이디어다.
20세기 이스라엘 공동체 키부츠의 집단 육아 사후 연구 결과 “다수의 돌봄 제공자와 감정적인 관계를 맺는 능력”이 “부모 자식 관계를 위태롭게 하지 않고, 아이의 전반적인 행복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한다.
저자도 “내가 다루는 많은 사례가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인정한다”면서도 유토피아가 추구하는 가치가 ‘이뤄지지 않을 일’이라고 꼬리표를 다는 것은 대개 기득권임을 지적한다.
유토피아가 추구하는 바는 보통 ‘가보지 않은 길’이라 많은 이들이 주저하지만, 저자는 “유토피아적 이상과 정치운동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기”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도 제안한다. 우선 이웃과 가족을 더 많이 만나다 보면, 취미 모임부터 양육 모임까지 유토피아 실험에서 시도했던 바를 현실에 접목할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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