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린드블럼(왼쪽)과 다저스 류현진.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

 

두산 조쉬 린드블럼(32)이 지난 6일 잠실 한화전에서 7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17승(1패)을 거두고 각종 연승기록을 이어갔고, 평균자책도 1점대(1.90)에 재진입했다.

이런 린드블럼의 활약상을 이야기하면 이제는 동갑내기 투수이자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중인 류현진(32·LA 다저스)의 이름도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류현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최근인 2010년 1점대 평균자책(1.82)으로 시즌을 마친 투수다. 린드블럼이 올해 도전하는 투수 트리플크라운(다승-평균자책-탈삼진 1위)도 류현진이 2006년 이미 달성한 바 있다.

둘은 올해 상대방 고국의 리그에서 활약중이기도 하다. 리그 수준 차이가 있기에 둘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게 어색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손으로 공을 던진다는 점, 대표적인 뜬공 유도형 투수인 린드블럼에 비해 류현진은 땅볼 유도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 등 분명한 차이점들도 있다. 하지만 둘 사이에 비슷한 점들도 여럿 눈에 띈다.

류현진이 올 시즌 최고 투수의 반열로 올라선 것은 다양한 구종의 공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팔색조 투구’의 완성도가 더욱 높아져 가능한 일이었다. 커브, 슬라이더, 컷패스트볼 등 구사할 수 있는 공이 많고, 매 경기마다 서로 다른 공을 주무기 삼아 위기를 헤쳐나간다. 린드블럼도 레퍼토리가 다양한 투수다. 다른 변화구들에 비해 슬라이더 투구 비중이 높긴 하지만 스플리터나 싱커 등을 다양하게 구사한다. 지난해 두산 합류 이후에는 컷패스트볼까지 장착했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영리하게 승부하는 것이 두 투수의 장점이자 유사점이다. 류현진은 타자와 상황에 맞춘 최적의 공략법으로 매 경기를 풀어나간다. 린드블럼 역시 다양한 결정구를 가진데다, 반발력이 떨어진 공인구를 올해 타자와 적극적으로 승부하는 데 이용하며 재미를 보고 있다.

홈구장에서 더욱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닮았다. 류현진은 지난해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른 9경기에서 5승2패, 평균자책 1.15로 강했는데 올 시즌엔 10경기 8승무패, 평균자책 0.89로 더욱 좋아졌다. 린드블럼과 홈 잠실구장과의 궁합도 이에 못지 않다. 올 시즌 잠실 13경기에 등판해 10승무패, 평균자책 1.78을 기록중이다.

잠실에서 기분 좋은 연승도 이어가는 중이다. 4일 한화전 승리로 린드블럼은 잠실 17연승, 홈 경기 15연승에 성공했다. 지난 6월20일 특정 구장 최다 연승(종전 주형광·사직 14연승)을 넘어선데 이어 홈 최다 연승 기록(주형광·15연승)과도 타이를 이뤘다.

리그 최고 투수상에 도전하고 있는 점도 같다. 류현진은 맥스 셔저(워싱턴)를 비롯한 여러 라이벌들을 두고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MLB.com이 7일 공개한 소속 기자 47명의 사이영상 모의 투표 결과 류현진은 1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유일의 1점대 평균자책(1.53)에 내셔널리그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 1위(0.94) 등 류현진의 활약을 증명하는 지표들은 많다. 린드블럼 역시 다승-평균자책-탈삼진뿐 아니라 승률(0.944)과 투구이닝(142이닝), WHIP(0.94)에서 1위에 올라 리그 최고 투수에 주어지는 ‘최동원상’ 유력 후보에 올라있다.

둘다 지난해 팀의 우승을 문턱에서 놓쳤기에 우승이라는 꿈도 함께 노린다. 류현진은 월드시리즈, 린드블럼은 한국시리즈 무대에 각각 올랐으나 소속팀의 준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류현진의 다저스는 7일 현재 76승40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0.655)에 올라 있어 올해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두산의 기세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지난해에 못미치지만, 가을야구 경험이 많은 두산은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릴 저력이 있는 팀이다.

Posted by 윤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