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선기가 7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롯데전에서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울산 연합뉴스

 

키움 우완 김선기(28)가 후반기 팀 선발 로테이션에 안착하리라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김선기는 시즌 전 스프링캠프까지만 해도 5선발 후보였으나 부상으로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하지 못한 상태였다. 두 외인 투수에 최원태-이승호-안우진으로 이어지는 영건 3인방, 대체선발로 나왔던 김동준과 신재영까지 전보다 좋아진 모습으로 호투했다. 김선기는 전반기 막바지인 지난달 16일 고척 삼성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긴 했지만 그의 자리를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팀 성적도 좋아 변화를 주기에 명분은 부족했다.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상황이 바뀌었다. 어깨부상을 당한 안우진은 후반기에도 1군 엔트리에 오르지 못했고, 그 사이 김선기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김선기는 후반기 두차례 등판에서 호투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점점 높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잠실 LG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더니 7일 울산 롯데전에서 7이닝 2실점 호투로 3연승을 달렸다. 6회말 2사 후 손아섭에게 솔로 홈런을 맞아 연속 무실점 이닝 기록은 16.2이닝에서 끝났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투구 이닝이 늘어나는 건 고무적인 징조다.

거듭된 호투로 선발진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지만, 김선기는 “이미 다 지나간 것들이다. 운이 좋아서 결과도 좋았다”고 말했다. 김선기는 “앞으로 선두 SK, 3위 두산과의 대결이 남아있다. 그래서 불펜들이 쉴 수 있게 많은 이닝을 던지겠다는 것만 생각했다”고 했다.

속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주로 던지는 김선기는 “한국에 데뷔했던 지난해에 비해 구종을 늘리지도, 변화구에 딱히 가다듬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공격적인 피칭’을 연승의 요인으로 꼽았다. 김선기는 “지난해 아쉬웠던 모습을 비춰봤을 때, 공을 스트라이크존에 더 공격적으로 꽂아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커브도 스트라이크존을 걸쳐서 들어가니 타자들이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정석 키움 감독은 “김선기가 캠프 때는 속구 시속이 140㎞ 중반대에 형성됐다. 지금 컨디션은 80~90% 정도인 것 같다”고 했지만 김선기는 “제구에 신경쓰고 있기도 하고, 부상에서 회복되는 단계라 구속이 조금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아직 김선기에게 프로 1군 무대 선발 자리는 익숙지 않다. 이날도 “포수만 보고 던졌다”며고 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잘 던질 수 있을지 연구하면서 좋은 모습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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