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던 재일교포 원로 화가 곽덕준의 별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7일 갤러리현대에 따르면 곽덕준은 지난달 26일 일본 교토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88세. 갤러리현대는 인스타그램에 그의 부고를 알리며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영원한 이별에 가족만의 장례와 애도 기간을 가지고 오늘에서야 별세 소식을 전한다”고 밝혔다.
고인은 1937년 교토에서 재일교포 2세로 태어나 고등학교에서 일본화를 전공했다. 일본 전통 옷 기모노를 염색하며 생계를 이어가다, 23세 때 결핵에 걸려 생사를 넘나든 뒤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추상미술이 주류이던 전후 일본 화단에서 개념미술에 천착했고, 비디오, 퍼포먼스, 설치 등으로 분야를 확장해갔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타인으로 살면서 느낀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대표작으로는 ‘대통령과 곽’ 연작이 있다. 1974년 제럴드 포드부터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빌 클린턴 등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실린 대통령 당선인 얼굴 절반을 거울로 가린 뒤, 그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 촬영한 작품이다.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전’에 그의 전시가 열렸다. 2015년과 2018년 갤러리현대에서도 그의 개인전이 열렸다. 지난 4월 개막했던 갤러리현대 55주년 기념전에도 그의 ‘대통령과 곽’ 연작이 전시됐다. 갤러리현대는 “한일 미술 교류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곽덕준은 한국과 일본의 현대미술 분야, 특히 실험미술 전개 과정에서 교두보 역할을 하며 독창적 미술 언어를 확장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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